음식을 신체와 최대한 밀착해 먹도록
홈쇼핑에서 음식과 관련된 것을 방송하면 금방이라도 구입할 것처럼 빠져서 보게 되는 일이 많다. 예전에는 음식 세팅에 초점을 두고 봤다. 닭다리 구이를 어떤 색의 접시에 올리고, 명품 그릇을 어떻게 전시하는지 혹은 프라이팬에는 어떤 재료를 담아내는지를 봤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맛을 보는 쇼호스트와 모델들의 표정이나 손짓에 눈이 갔다.
모델들은 신나는 음악에 맞춰 과장된 표정으로 무조건 많이 먹었다. 맛있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맛있게 보이기는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맛은 입으로 먹고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 카메라의 위치에 집중하다 보면 표정도, 맛있게 먹는 방법도 제각각이라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가끔 아쉬움이 남을 때 채널을 돌린다. 시연 모델들의 먹는 장면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홈쇼핑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시연모델들의 어떤 모습이 상품을 주문하기 하는 것일까?
'AA급' 시연모델처럼 음식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소개한다.
먼저, 생수.
생수를 마실 때는 오른손으로 상표가 보이도록 뒷면을 잡고, 어깨를 오른쪽으로 60° 정도 돌린다. 단, 페트에 담긴 물의 양은 1/3정도 빈 상태이일 때가 좋다. 목을 뒤로 젖히고 물을 넘기는 모습에 소비자들도 갈증을 느끼게 된다. 또, 여자보다 목젖이 선명한 마른 체구의 20대 남자가 마실 경우 더 효과적이다.
다음으로, 쌈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쌈 문화는 오늘날 일본에서 쌈을 싸먹는 방법을 홍보하면서 외식문화로 확대되고 있다.
쌈은 자신의 입 크기를 알고 조절해야 한다. 너무 작아서 씹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맛이 없어 보이고, 너무 크면 보는 이가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입술은 힘을 주어 붙이고 어금니로 꼭꼭 씹어보자.
세번 째, 인절미다.
떡은 꼭 손으로 먹는다. 인절미를 쥘 때는 엄지와 검지, 중지로 잡고 약지와 소지는 손바닥 쪽으로 살짝 붙인다. 왼손바닥으로 떨어지는 콩고물을 받기 위해 손가락을 가지런히 모아 받치고 떡을 입에 반절만 넣어 나눠 먹는다. 왼손바닥에 콩고물이 떨어져야 시청자는 떨어지는 콩고물에 시선이 가고, 아쉬움에 침을 삼키게 된다.
네번 째는 얼큰한 국물요리다.
뜨겁고 빨간 국물은 숟가락으로 떠서 입에 넣는다. 간단하지만 입술을 숟가락 끝에 살짝 대고 국물을 빨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숟가락 전체를 국물과 함께 입안으로 넣는다는 것이다.
40대 중반에서 50대 남성이 먹을 경우 제일 맛있어 보인다. 시연 모델의 이마나 콧잔등에 구슬땀이 살짝 비치거나 얼굴이 약간 붉어지면 소비자는 '마감임박'이라는 단어가 생각나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이어 홈쇼핑 업체는 쾌재를 부른다.
끝으로 국수다.
국수는 젓가락에 걸치듯 집어 먹는게 좋다. 스파게티면을 포크로 돌돌 말아서 먹는 것이 맛있고 멋있어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국수는 삶은 후의 길이가 약 21cm로 입에 넣고 젓가락을 뺌과 동시에 국수를 강력하게 빨아들이면 된다. 고개를 들어 씹어보이되 많이 씹지 않고 삼킨다.
후루룩하고 순식간에 입안으로 들어간 국수가 '벌써 목으로 넘어 갔나?'라는 의문을 시청자가 갖게 해야 한다. 그리고 마치 더운 여름에 시원한 물을 마시듯 국수 그릇을 들어 국물을 크게 한 모금 들이킨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을 신체와 최대한 밀착시키면서 먹는 것이다.
밥 그릇과 나의 공간, 빵 접시와 나와의 거리를 좁히면서 먹어야 맛있어 보인다. 또 스스로도 맛있다고 느끼게 된다.
요즘 도내 어느 방송에서도 우리 고장의 맛있는 식당을 소개하고 있다.
패널들도 음식을 맛보는 장면이 많은 이 방송 출연자들에게 '먹을 때는 무조건 맛있게 먹어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카메라가 어디에 숨어있을 지 모르니.
/송영애(푸드코디네이터, 전주기전대학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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