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에 와닿는 톡쏘는 냄새…관상동맥질환·관절염·골다공증에 좋아…삭힌 홍어 먹으면 알칼리성 체질로 개선
홍어는 매캐한 암모니아 냄새 때문에 처음 접한 이들은 손사래부터 친다. 마지못해 한 점 입에 넣었다가 뱉어내더라도 아찔한 향과 얼얼한 맛은 쉬이 가시질 않는다.
얼마 전 수입산인 한국인의 홍어 사랑이 칠레 홍어 씨를 말렸다는 뉴스가 이어졌다. 홍어의 평균 수명은 5~6년, 한 번에 알을 4~5개 밖에 낳지 않는다. 본래 칠레에선 홍어는 잡히면 그냥 버리는 생선이었다. 그러던 홍어가 90년대부터 한국인 소비자를 만나면서 대량 수입돼 왔다. 뒤늦게서야 홍어가 바닥이 나자, 정부가 나서서 금어기를 내렸다는 것이다.
본래 홍어의 고향은 흑산도다. 하지만'삭힌 홍어'를 낳은 건 영산강이다. 흑산도에서는 본래 홍어를 삭히지 않고, 갓 잡아 회로 먹었다. 고려 말 흑산도 일대는 왜구에 시달리곤 했다. 정부는 섬 주민들을 뭍으로 이주시키고 섬을 비우게 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이 때문에 흑산도 사람들은 배를 타고 목포, 영산강을 거쳐 나주에 정착해 살다가 왜구가 잠잠해지면 다시 흑산도로 돌아가곤 했다. 흑산도에서 나주 영산포까지 가려면 열흘에서 보름이 걸렸다고 한다. 냉동기술이 없던 시절 홍어는 썩지 않고 발효가 됐다. 이렇게 해서 삭힌 홍어가 나오게 됐고, 나주와 인근 지역에서 별미로 즐기게 됐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홍어를 먹으면 장이 깨끗해지고 술독이 풀린다'고 기록돼 있는 것으로 전한다. 홍어의 살에는 EPA와 DHA가 많이 함유돼 있어 관상동맥질환을 예방하고 관절염과 골다공증에도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어 물렁뼈의 주성분인 콘드로이틴황산 덕분이다. 콘드로이틴은 노화를 방지하고 뼈를 만들어지도록 한다. 삭힌 홍어는 강알칼리성으로 몸을 알칼리성 체질로 개선하는 데 도움도 준다.
그렇다면 홍어는 몇 도에서, 며칠이나 삭히는 걸까. 영산포 홍어는 항아리에 담아 황토방에서 삭힌다. 커다란 옹기 항아리 속에 홍어를 켜켜이 넣고, 입구는 공기와 직접 접촉하는 것을 막기 위해 비닐과 짚으로 덮는다.
홍어는 공기에 직접 노출되면 빨리 말라 맛이 떨어지고, 변색 위험도 있다. 온도는 황토방 천장에 설치한 기계로 조절한다. 영산포 홍어는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해도, 보통 영상 3도를 기준으로 수입산은 20일, 흑산도산은 30일 삭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상 5도나 그보다 약간 낮은 온도에서는 40일~50일간 숙성된다.
높은 온도에서 짧은 기간 숙성시키기와 낮은 온도에서 오래 숙성시키기의 맛의 차이는 확연히 다르다. 저온에서 천천히 삭힐수록 깊은 맛이 나고 뼈까지 부드러워지며, 고온에서 빨리 삭힌 것은 살만 부들부들하고 뼈는 딱딱하다.
홍어는 지역에 따라 먹는 법이 조금씩 다르다. 나주에서는 초장에 먹지만, 함평과 영암에서는 소금을 찍어 먹는다. 나주의 초장은 된장에 고춧가루와 식초를 섞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흑산도에서는 막걸리 식초에 소금과 참기름, 쪽파나 풋마늘을 더한 초된장에 먹기도 한다.
사람들이 흔히 즐겨먹는 '홍탁삼합'은 톡 쏘는 홍어, 고소한 돼지고기, 시큼한 묵은지를 한입에 넣고 탁주를 들이켜는 것이다. 코 끝을 스치기만 했던 톡 쏘는 냄새가 온 몸을 파고드는 듯 강렬해지는 맛. '지옥의 향기'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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