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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문화콘텐츠 50] (42)전북의 음식

전북 진미, 전국 일품…지역 문화·역사 고스란히…구수하고 살가워

맛은 문화다. 맛에는 그 고장 사람들의 멋과 지혜와 생활이 묻어 있으며, 조상들이 이 땅에 뿌리 내리고 살아온 슬기와 생활상이 배어 있다.

 

음식은 지형과 기후의 특색, 정치·경제·문화의 변화를 수용하면서 지혜롭게 발전해 왔고, 체험에서 익힌 합리와 자연에 대한 순리로 맥을 이루며 전통을 만들어 왔다. 예로부터 음식에 사용되는 주요 재료는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조리법도 생활형태와 기후, 풍토 등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면서 발달해 왔다.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흔한 음식재료를 사용하더라도 지역마다 쓰임새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음식을 만들더라도 지역 고유의 독특한 특성을 가진 음식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음식을 보면 그곳의 문화를 알 수 있다.

 

전라북도의 음식이 맛있을 뿐 아니라 종류가 다양했던 것은 들녘이 넓은 데다 산도 많고 바다도 끼고 있어 농·수·축·임산물이 풍성했기 때문이다. 전북의 맛은 전북의 역사이고 문화다. 전북의 맛을 아는 것은 단지 음식을 아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역사와 문화를 아는 것이다.

 

전라북도는 수줍은 새색시처럼 골목에 숨어 있는 작은 식당에서도 손맛과 장맛, 정성이 어우러진 음식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먹어도 먹어도 줄어들 것 같지 않은 상차림. 배가 부를 만큼 불러도 좀처럼 젓가락을 놓고 싶지가 않을 만큼 좋다. 전라도 아낙네의 손맛과 성대한 인심이 함께 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북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음식문화는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챙겨주기에 어머니같이 친근하며, 격식 차리지 않고 지나는 길에 잠깐 들리면 될 것 같은 곳에서 시작된다. 주인들은 대개 입담도 좋아 음식 기다리는 사람을 마냥 즐겁게 해준다. 주인과 손님의 어울림, 전북이 선사하는 '또 하나의 진미'다.

 

이 땅의 음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소문이 자자했다. 1928년 12월에 발간된 월간지 「별건곤」 제16·17호에 실린 '팔도녀자 살님사리평판기(八道女子 살님사리評判記)'. 이 글의 한 테마는 '음식 잘 하는 전라도녀자'다. 전북과 전남, 제주가 전라도라는 이름으로 묶였던 때다.

 

'전라도의 여자들이 다른 도의 여자보다는 요리를 잘 한다. 그 중에는 전주 여자의 요리하는 법은 참으로 칭찬할 만하다. 맛도 맛이어니와 상(床)배 보는 것이라던지 만드는 번때라던지 모도가 서울의 여자는 갓다가 눈물을 흘리고 조남선(潮南線) 급행선를 타고 도망질 할 것이다. 서울의 신선로가 명물은 명물이지만은 전주 신선로는 그보다도 명물이다. 그외 전주의 약주, 비빔밥이며 순창 고초장, 광주, 담양의 죽순채, 구례곡성의 탁주와 은어회, 고산의 식혜, 남원의 약주, 군산의 생어찜 등이 다 음식 중 명물이다. (중략) 전라도여자들은 장독간 치레를 조와하야 어느 집이던지 장독간이 큰 도기전(陶器廛)가티 뵈인다. 그것은 서울의 여자의 마루시간 치레나 함경도 여자의 부엌시간(例如동의, 항아리두멍) 치레나 황평양서(黃平兩西)여자의 침구치레와 비슷한 일이다.(당시 표기법에 따름)'

 

전라북도에서는 '서울 여자는 눈물 흘리며 급행선 타고 도망질'할 만큼 요리도 잘하고, 상차림도 근사하고, 장독 치레도 잘하는 전라도 아낙네들을 만날 수 있다. 백문(百聞)이 불여일식(不如一食)….

 

전북 곳곳으로 떠나는 호젓한 발걸음. 이 그리운 땅의 한 집에 이제 당신이 있을 것이고, 당신의 마을 한 집에는 아마도 전라북도가 있을 것이다.

 

 

/최기우 문화전문객원기자(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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