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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문화콘텐츠 50] 복(福) 나는 전북의 장(醬)

맛의 비밀…어머니 손맛, 장맛

시골집 장독대에 정성스레 놓여 있던 물 한 사발. 장은 장독에 오래 담겨 묵힌다고 숙성되는 것이 아니다. 항아리 속 고추장과 간장, 된장은 어머니의 비손으로 익어간다. 하늘과 땅의 기운에 어머니의 정성이 담겨야 장독들은 새하얀 가을볕에 눈이 부시도록 윤기를 낸다. 이 땅의 백반 한 상은 그런 정갈한 마음에서 이어지는 맛이다.

 

일 년 농사 안 중요한 것이 없지만, 그 중 장담구기는 첫 손에 꼽힌다. 삼백예순다섯날 하루에도 세 끼니, 천 번도 넘는 밥상에 장맛 아니고 무엇으로 버틸 재간이 있었겠는가. 메주는 띄워서 장을 담고, 장을 걸러 낸 된장이야말로 농가의 한 해 살림에 더할 나위 없는 반찬이었다. 그리고 '독아지 속' 고추장과 된장에 박은 짠지…. 장맛 버리면 한 해 음식 다 버리는 것이다.

 

장은 그 고장의 바람과 온도와 습도가 담겨 맛을 낸다. '맛있는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 고추장은 물과 기후, 시기와 방법이 다른 지역과 다르다. 순창은 예부터 옥천(玉川)고을이라 불릴 만큼 물이 좋으며, 적당한 정도의 햇볕에 잘 건조해 말린 태양초와 고추장의 품질을 좌우하는 효모균 번식에 적합한 기후 조건, 여기에 장인의 손맛이 어우러져 전통 비법으로 제조, 숙성된다. 최적의 상태에서 숙성된 절묘한 맛을 내기에 검붉은 색과 은은한 향기, 감미로우며 알싸한 고추장 맛이 혀에 오래 안긴다. 순창 고추장마을의 항아리들도 늘 반듯하다.

 

전북의 음식점들은 대개 순창의 고추장을 쓴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 집만의 특유의 비법으로 담근 장으로 독특한 맛을 내는 곳도 꽤 있다. 전북의 음식이 감칠 맛 나는 음식이 된 가장 큰 이유다. 전주비빔밥전문점인 <한국집> 에서 주방장으로 오래 근무했던 홍영표씨는 콩나물을 무치거나 풋배추를 버무릴 때 직접 담근 조선간장에 마늘만 넣는다고 말한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보통 세 가마니씩 쑤었는데, 물은 적게 잡고 메주와 소금을 많이 넣어 진하게 담기에, 조선간장이 애간장 나게" 맛있다. 남원 추어탕집인 <새집> 도 40여 년 동안 직접 담근 간장과 된장, 고추장으로 맛을 낸다. 진안 마이산 부근에 있는 <초가정담> 도 식당을 열면서부터 이이범 대표가 직접 담근 고추장, 된장, 간장을 사용한다. <고궁> 박병학 주방장은 전주비빔밥의 생명은 '약고추장'이라고 말한다. 소고기(기름기 없는 우둔살)를 다져 고추장에 넣어 볶아 사용하는데, 생고추장은 너무 맵고, 잘못 숙성되면 메주 냄새가 나서 비빔밥이 떫기 때문이다. 요즘은 더덕을 함께 넣어 향과 맛이 더 깊게 한다. 표고버섯, 다시마, 멸치 등을 갈아서 조미료 대신 사용하는 전주 한벽루 옆 오모가리탕집 <김제집> 의 김공례 주방장은 김치를 담을 때 옛날방식으로 직접 담근 젓갈 사용한다. 무밥과 콩나물밥으로 유명한 전주 <흙집> 의 찬은 장맛이 제일이다. 청국장·계란찜이 중심에 놓이고, 장류(醬類)만도 된장·게장·파간장에 집장까지 올려 진다. 전주 <이연국수> (전 이조국수)의 비빔국수는 고명으로 얹은 오이 몇 가닥에 고추장 한 숟갈이 전부지만, 이내 '사리 추가'다.

 

/최기우 문화전문객원기자(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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