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연구단, 우편엽서·러시아 신문 등도
구한말(舊韓末) 러시아, 일본, 청나라 등 열강이 조선을 차지하려고 비밀리에 첩보원을 파견하고 국제여론을 우호적으로 돌리고자 치열한 '선전전'을 펼쳤음을 보여주는 러시아 측 자료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1일 전남대 세계한상문화연구단에 따르면 러.일전쟁 당시 조선에서 은밀하게 활동했던 러시아 첩보원들을 위한 러한사전과 당시 러시아 우편엽서, 러시아 신문 등을 공개했다.
연구단이 이번에 공개한 사전은 당시 조선에서 암약한 러시아 첩보원들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연구단의 허성태 박사가 최근 러시아를 방문해 직접 입수했다.
사전에는 '밥을 달라' 등 조선에서 필요한 말의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 등을 러시아어로 설명하고 있으며 일본군 무기체계나 부대 구성, 일본군 배치 상황 등 각종 군사정보 내용도 담고 있다.
이 책자는 러시아 총참모부가 1904년 발행한 것으로 세로 10㎝, 가로 15㎝ 크기의 85쪽 분량이다.
연구단은 또 1904년 러시아에서 발행된 러일전쟁 우편엽서 4장도 함께 소개했다.
엽서 앞면에는 군사작전을 위해 평양성 앞에 운집한 일본 군대와 대동강, 압록강에서 강제노역하는 조선인, 당시 서울풍경 등이, 뒷면에는 러시아어나 프랑스어로 인쇄된 내용이 적혀 있다.
연구단은 1912년께 조선인을 찍은 컬러사진 5장도 함께 공개했는데, 이 사진은 흑백사진에 색깔을 칠한 것으로 독일에서 당시 발행된 인류학 책에 실렸으며,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것이라고 연구단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연구단은 청일전쟁 당시 열강들이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기 위한 일방적 논리를 소개한 러시아 신문도 내놓았다.
당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타블로이드 판형(가로 26㎝, 세로 37.5㎝)으로 발행된 '노보예 브레먀'라는 신문으로 1894년 7월 9일 자와 23일 자, 1895년 10월 14일 자와 21일 자 등이다.
'한국의 전쟁'(청일전쟁을 지칭)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일본과 청나라가 조선을 차지하려고 내놓은 논리를 소개하고 있다.
일본은 당시 '4세기 조선에 진출해 지배(임나일본부설)했고 임진왜란 당시 17일 만에 조선 땅을 점령한 적이 있는 만큼 자신들이 조선을 지배해야 한다.'고 세계 각국에 주장했다는 것이다.
또 청나라는 '13세기 조선은 자기들 땅이었고(원나라의 고려 침략을 지칭한 듯) 임진왜란 당시 중국 장수가 전쟁을 했으며 해마다 조공을 바치고 왕 승인도 받아 자신들의 속국'이라고 강조한 내용 등이다.
한편, 전남대 세계한상연구단은 지난 2007년부터 3년 동안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한인 디아스포라가 생산한 근현대 자료' 수집을 하고 있으며 오는 7월께 그동안 수집한 자료 가운데 주요 자료를 묶어 3권의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연구단의 허성태 박사는 "이번에 공개한 첩보원 사전 등은 당시 조선에 러시아 첩보원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가치 있는 자료"라며 "앞으로 그동안 러시아 등지에서 수집한 수만 건의 자료에 대한 해제·번역 등 새로운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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