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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보다 농악이 올바른 표현"

남원시립국악단 김정헌씨"풍물, 농악에 사용되는 악기 용어로 적합"…"농악, 일제가 식민통치용으로 만든 것이 아닌 우리 선조들이 만든 말"

'농악(農樂)'과 '풍물(風物)' 중 어느 쪽이 더 맞는 표현일까?

 

남원시립국악단 연수부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헌씨(43)는 "'농악'에는 농경사회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했던 농민들 스스로가 창조하고 발전시킨 민중적 종합예술이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으며 전통성, 사용빈도, 인지도 등을 봤을 때 가장 합리적인 용어"라고 말한다.

 

그는 "'풍물'은 조선시대부터 악기의 의미로 수백 년 동안 사용돼 왔고 현재도 악기를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며 "이 용어는 역사적 정통성을 고려할 때 공연양식으로서의 '농악'을 나타내는 말이 아니라 '농악에 사용되는 악기'를 나타내는 용어로서 합리적"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발간하는 학술계간지 「문화재」 제42권 제4호에 김씨가 기고한 '농악과 풍물의 타당성 검토와 농악 비판에 대한 반론'은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사료를 인용, "'농악'은 오래 전부터 표준어로 인정돼 전국 어디에서나 통용됐지만, '풍물'은 현재에도 제한적으로 통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풍물'이 한자말이 아니라 순우리말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풍물굿'은 '풍물로 하는 굿'이라는 의미로 글자 그대로 봐서는 나름대로의 합리성이 인정되지만 1980년대 소수의 지식인들이 만들어 낸 신조어라는 약점을 안고 있다는 것. '풍물놀이' 역시 놀이, 제의, 연극, 음악, 무용 등이 종합적으로 결합된 '농악'을 지칭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농악'에 대한 비판에 반론도 제기했다. 특히 '농악'은 일제강점기 일본인 학자와 친일민속학자들의 통치적 의도에 의해 사용된 것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농악은 일제가 식민통치를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용어가 아니라 우리 선조들이 만든 말"이라며 "그것을 일제가 식민통치에 이용했다는 이유로 사용불가 선고를 내리는 것은 우리말 전체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김씨의 논문에 따르면 현재 남아있는 기록 중 '농악'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1890년께 매천 황현이 쓴 「매천야록」. '대개 시골에서는 여름철에 농민들이 징과 꽹과리를 치면서 논을 맸다. 이것을 농악이라고 한다'는 내용이다.

 

그는 "'농악' '풍물' '매귀(埋鬼)' '걸궁(乞窮)' '걸립(乞粒)' 등 농악을 지칭하는 각 지방의 용어들은 농악의 지역적 특성을 함의하고 있어 그 자체로 귀중한 사료적 가치를 지닌다"며 "그러나 전국적으로 보편화한 용어는 반드시 필요하며, 그렇다면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농악'이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실군 강진면에서 태어난 김씨는 1994년 남원농악 상쇠 류명철 선생 문하에 입문, 2003년 전북무형문화재 7-4호 남원농악 이수자가 됐다. 성균관대 국문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지만, 뒤늦게 전북대 한국음악과에 편입해 전북대 교육대학원 음악교육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7년에는 '호남좌도농악 연구'로 전북대 국문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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