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한 혜초(慧超)의 서역(인도) 기행기인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이 한국을 찾는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은 오는 12월 개막 예정인 '실크로드와 둔황'(가칭) 특별전에 프랑스 측이 왕오천축국전을 대여 전시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기행기가 전시를 통해 일반에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박물관은 덧붙였다.
앞서 박물관은 지난 4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왕오천축국전의 출품을 요청한 데 이어 지난 14일 방한한 브루노 라신(Bruno Racine) 프랑스 국립도서관장에게도 대여 전시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에 프랑스 국립도서관 측은 6월17일 대여승인 심의회의를 통해 한국 측 요청을 수용하기로 하고, 이런 내용을 지난 24일 한국에 공식 통보했다고 박물관은 말했다.
왕오천축국전은 신라 출신 승려인 혜초(慧超.704~787)가 쓴 기행문으로 알려져있다.
'다섯 천축국을 여행한 기록'이라는 의미를 지닌 왕오천축국전은 앞뒤가 훼손된 한 권 분량의 두루마리 필사본으로 총 227행, 5천893자가 남아있다.
세로 28.5㎝, 가로 42㎝인 종이 9장을 이어 붙였으며, 첫 장과 마지막 장이 가로가 각각 29.35㎝인 까닭에 두루마리 총 길이는 358㎝다.
이 기행문에는 8세기 인도와 중앙아시아의 정치ㆍ문화ㆍ경제ㆍ풍습 등을 증언하는 내용이 많다.
왕오천축국전은 이름과 저자만 알려졌다가 1908년 프랑스 탐험가 폴 펠리오(Paul Pelliot. 1878~1945)가 중국 둔황(敦煌)의 막고굴(莫高窟) 장경동(藏經洞. 경전을 봉안한 동굴) 석굴에서 발견한 문서 더미에서 찾아냈다.
펠리오는 이 해 2월 둔황에 도착해 5월 말까지 머물며 당시 장경동을 지키던 도사 왕원록에게 사경류 1천500여권, 24상자 등을 사들여 프랑스로 보냈으며 이듬해 5월21일 그중 일부 고서를 중국 학자들에게 공개했다.
이어 1909년 12월10일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왕오천축국전 발견을 공개했다.
이 기행문의 저자 혜초가 신라 출신 승려라는 주장은 1915년 일본의 불교학자 다카구스 준지로(高南順次郞)가 처음 제기해 지금은 통설이 됐다.
왕오천축국전이 전시될 '실크로드와 둔황'(가칭) 특별전은 중국 신장(新疆), 깐수(甘肅), 닝쌰(寧河) 등 3개 성(省) 10여 개 박물관에서 청동마차상을 비롯한 실크로드 관련 유물 200여 점을 대여해 오는 12월18일부터 2011년 4월3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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