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04 07:09 (수)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화일반
일반기사

[김사장의 파리쫓기] 6. 전주 중화산동 옷가게 '이헌영' 이정숙 사장

40~60대 부인층 위한 하이패션…고가브랜드 70%까지 싸게 팔아…고객에 할인행사 등 DM 발송도

32살 새색시는 평생 전업주부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가계에도 보탬을 주고 싶었다.

 

1990년 전주백화점 안에 속옷 매장을 연 게 시작이었다. 코아백화점에서는 10년간 여성 의류 매장 중간 관리자(매니저)와 대리점 운영을 했다. 당시만 해도 도내에 백화점은 전주백화점과 코아백화점 2개뿐이어서 사람들이 백화점으로 몰릴 때였다.

 

전주시 중화산동에서 여성 의류 매장인 '이헌영' 전주점을 운영하는 이정숙 사장(52). 그는 "백화점 매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로드숍(roadshop·가두점)을 갖는 게 로망"이라고 말했다. 백화점의 이런저런 구속(?)에서 벗어나고 싶어서다.

 

2007년 처음 가게 문을 열 때는 30~40대 여성층을 겨냥한 옷을 팔았다. 그러다가 이듬해 12월 '40~60대 품위 있는 중년 부인층을 위한 하이(high) 패션'을 표방하는 지금의 브랜드로 바꿨다.

 

"제가 나이를 먹다 보니 제 나이에 맞는 옷, 저와 제 친구들이 입을 수 있는 옷을 팔고 싶었어요."

 

그는 지난 5월 전북도와 소상공인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소상공인 맞춤형 코디네이팅 지원 사업'을 신청했다. "경기가 어렵다 보니 매출이 저조해 뭔가 변화를 주고 싶었다."

 

코디네이터 안도현 씨는 그의 가게에 대해 'SWOT 분석'을 실시했다.

 

먼저 이 매장의 강점(Strength)으로 ▲주인의 백화점에서의 풍부한 판매 경험 ▲주변에 실버층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가 없음 ▲영업 지속성으로 고정 고객 확보 등을 꼽았다. 약점(Weakness)으로는 ▲특정 타깃을 겨냥한 브랜드여서 매출이 정체됨 ▲협소한 주차장 등을 지적했다.

 

그리고 기회(Opportunity) 요소로서 ▲주변이 부촌(富村)의 아파트 단지임 ▲인근에 교회가 많아 고객 확보에 유리 ▲본사에서 기획 상품 물량 지원을, 위협(Threat)요소로 ▲인근 롯데백화점 때문에 백화점 세일이나 사은 행사 시 고객 감소 ▲긴 여름철 비수기 등을 들었다.

 

코디네이터의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이 사장은 신상품 정보나 할인 행사 등의 정보를 수시로 고객들에게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보낸다. 예전에는 외부 업체에 맡겼던 일이지만, 이제는 이 사장이 직접 컴퓨터를 이용해 디엠(DM·특정 대상에게 발송하는 안내장·광고지·카탈로그 따위의 광고)을 발송한다.

 

그의 가게에서 판매하는 옷은 대개 7만 원 안팎부터 30만 원 이상까지 상대적으로 고가다. 전업주부들이 사기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너무 비싸다'고만 생각하는 것은 고정관념이라는 게 그의 반론.

 

"메이커는 옷감도 고급이고, 바느질도 잘 돼 있어요. 면과 폴리에스테르 등 소재 혼용률도 적당하고, 봉제도 깔끔하죠. 이만큼 좋은 품질에 비하면, 결코 비싼 편은 아닙니다."

 

특히, 이월 상품의 경우 '할인 행사' 기간에 최대 70%까지 저렴하게 살 수 있다.

 

현재 그의 가게 단골은 약 400명. 이 중 100명 정도가 백화점에서부터 맺은 인연이다.

 

이 사장은 "가게 운영에 '차별화'는 없다"고 말했다. 옷가게뿐 아니라 모든 자영업이 스스로 몸을 낮추는 '헝그리 정신'이 없으면 살아 남기 힘들다는 것.

 

"물론 입지 조건도 좋고, 브랜드도 좋으면 성공할 확률이 더 높겠죠. 그렇지만 손님들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하면 '사상누각'일 뿐입니다."

 

그는 "15년 전 속옷 가게를 운영할 때보다 지금이 (옷가게가) 10배 이상 늘어난 것 같아요. 동네 골목골목마다 옷가게가 즐비하잖아요"라고 말했다. "더구나 백화점은 다양한 품목들이 있어서 다른 것을 사려고 온 손님들까지 자연스레 모을 수 있지만, 로드숍은 홍보가 약할 수밖에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손님들이 다시 방문할 수 있도록 신뢰감을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코디네이터의 조언을 존중하면서도 "코디네이터보다 옷가게 운영을 오래 하고, 더 많이 안다. 실전에서 쌓은 자부심이 있다"며 그만의 노하우를 소개했다.

 

해마다 본사 브랜드 외에 유명 브랜드를 한두 차례 싸게 파는 행사를 여는 것도 그 중의 하나.

 

고객은 고가의 좋은 브랜드를 싸게 사서 좋고, 그로선 불경기에 이윤을 창출해서 좋은, '꿩 먹고, 알 먹고' 전략인 셈이다. 특히, '여기에 이런 옷가게가 있는 줄 몰랐다'던 손님들도 이런 행사를 통해 가게를 알게 되는 가외 효과도 쏠쏠하다.

 

이 같은 행사도 그가 10년 넘게 옷 장사를 하며 꾸준히 쌓아 온 두터운 인맥 덕분이다. 그는 최근 가게 안에 가게를 두는 숍인숍(shop in shop) 개념의 '네일숍'(nail shop) 운영도 고민하고 있다.

 

매출 상승보다는 "'엄마'들이 옷을 편하게 고르고, 살 수 있도록 신경을 쓴다"는 그의 평소 신조 때문이다. 그는 "내가 건강해야 고객들에게도 건강하게 응대할 수 있고, 고객들과 좋은 관계도 유지할 수 있다"며 "고객들이 꼭 필요한 옷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제 몫이자 꿈"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