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재 교수 '경기전 건축구조' 전주학 시민강좌
경기전 정전은 어진을 봉안하고 제례를 지내는 곳으로 평상시 문을 닫아놓았기 때문에 습기로 인해 어진이 훼손될 우려가 많아 정전 침실에 온돌을 놓고 아궁이를 설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일보와 전주역사박물관, 전주학추진위원회, 전주시가 공동 주관한 제9기 전주학 시민강좌 '경기전 건축구조와 궁궐 건축'이 지난 18일 역사박물관 녹두관에서 열렸다. 홍승재 원광대 교수는 "정전에 불을 직접 때지 않으면 습기 제거에 한계가 있어 단오제를 지낸 뒤 어진을 궤 속에 넣어 온돌 위에 놓았다가 추석제를 지낼 때 꺼내 봉안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또한 "어진을 벽에 기대에 봉안하면서 벽의 습기에 의해 훼손되는 단점이 있었다"며 "1741년(영조 17년)에 경기전 어진을 보수한 뒤엔 영희전·장녕전과 같이 침실 중앙에 봉안했다"고 덧붙였다.
경기전 정전은 사찰의 불전처럼 양측에 문을 만들어 정면에만 문을 만드는 일반적인 묘 건축과 달랐다는 사실도 나왔다.
홍 교수는 "이는 제례 준비와 어진을 살피던 이들이 출입하던 문으로 보인다"며 "정면 중앙의 문은 신(神)만이 출입하는 문이었고, 제례 시 헌관과 행례자들은 동문으로 들어가서 서문으로 나오곤 했다"고 말했다.
정자각은 제례 때 술잔을 놓는 준소(尊所)가 놓여지고, 집례자가 서있던 곳으로 대개 전퇴(집채의 앞쪽에 다른 기둥을 세워 만든 조그마한 칸)를 개방해 준소로 활용되곤 했다. 홍 교수는 "하지만 경기전 정전엔 전퇴가 없었다"며 "정자각은 행례 시 비가 올 경우 이를 피하기 위해 건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홍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경기전은 결국 유교적 제례를 지내기 위한 기능에 맞게 설계됐으며, 태조 이성계 영정을 모신 진전(眞殿)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 역사성 뿐만 아니라 건축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건축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25일엔 태조 이성계 유적을 돌아보는 답사가 이어진다. 다음 강의는 10월2일 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조경묘와 조경단'. 이욱 서울대 규장각 책임연구원이 강사로 나선다. 참가 희망자는 역사박물관으로 신청하면 된다. 문의 063) 228-6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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