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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솔로 드럼 퍼포먼스'

아슬아슬하다. 약간 단조롭게 시작되는 것이 순간적으로 불안감을 자극한다. "저걸 어떻게 한 시간 이상 보나... 드럼 하나만 가지고..."

 

무대 중앙에는 원형 드럼세트가 덩그렁 놓여있다. 그 안에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드럼과 기계들이 어깨를 밀치며 촘촘히 들어서 있다. 그 세트 안에 앉아있는 드럼연주자는 자칭 '솔로 드럼 아티스트' 양태석. 치렁치렁한 머리에 산에서 갓 내려온 젊은 도사 같은 분위기다.

 

양태석은 그러나 서울 대학로의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 무대 위에서 1시간 40분의 드럼연주 공연을 무리없이 끌어간다. 공연(9월18~19일)이 진행되면서 처음의 불안했던 마음은 언제인지 모르게 수그러든다. 그렇다고 그의 드럼 실력이 남다르게 탁월하다던가 특별한 테크닉을 사용하는 것 같지도 않다. 전자드럼이 있다 보니 때로는 양태석이 드럼을 치는 것인지, 스틱을 흔드는 모습만 연출한 채 전자드럼이 북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인지 혼동도 일어난다. 전체적인 공연흐름은 그러한 요소들을 조용히 덮는다.

 

두산아트센터와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공동기획 <프로젝트 빅보이> 의 첫번째 작품인 양태석의 '솔로 드럼 퍼포먼스'는 내용과 형식에서 큰 특징이 있다. 우선 양태석은 드럼이라는 악기에 대한 일반의 상식을 깬다. 드럼은 보통 다른 악기와의 협연에 의해 존재감을 드러내지만 양태석은 '홀로 서기'를 시도한다. 그의 연주에는 자신이 작곡한 전자음악이 곁들이지만 그것은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솔로 드럼 음악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무대 뒷벽에 투사되는 영상 역시 같은 역할을 한다.

 

종합적으로 그가 만들어내는 것은 독자적인 장르로서 '이야기가 있는 드럼'이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그린 '아버지', 자신의 고향인 강원도 원주를 생각하며 만든 '원주를 그리다',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 외로움과 채우고 싶지 않은 그리움, 위로받고 싶지 않은 서러움을 그린 'I'm O.K' 같은 연주가 전자음악 반주, 영상과 함께 흐른다.

 

드럼세트 또한 특이하다. 가장 일반적인 어쿠스틱 드럼에 전자드럼을 곁들여 연주하는 것은 새로울 것이 없다. 양태석의 경우 거기에 국악드럼을 끼워넣었다. 스스로 작곡한 음악들을 드럼으로 연주할 때 전통악기의 보완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국악드럼은 양태석이 직접 만들었다. 그는 원형세트 외곽에 삥 둘러 설치한 어쿠스틱 드럼, 전자 드럼, 국악 드럼이 현재와 미래와 과거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과거, 현재, 미래는 원을 그리면서 연결되며 그것이 원형세트를 만들게 된 배경이다.

 

그가 무대에서 털어놓는 진솔한 이야기도 공연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이다. 곡과 곡 사이의 짧은 시간마다 그는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관객에게 들려준다. 곡에 대한 약간의 해설도 곁들인다. 예를 들어 이번 공연에 연주한 'No. 55 Continuum' 같은 곡은 자신이 학교 다닐 때 배운 수학자 칸토르의 이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었다며 유머를 곁들인다.

 

양태석의 솔로 드럼 퍼포먼스에서 걸리는 부분은 '아직 거칠다'라는 점이다. <프로젝트 빅보이> 는 홍대앞 축제와 대학로 극장의 만남으로 이뤄진 프로그램이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을 만드는 서울프린지네트워크는 독립예술 창작지원을 통해 신진아티스트들을 발굴해 내고 있다. 두산아트센터는 창작자육성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다. 올해 2회째를 맞는 <프로젝트 빅보이> 의 주 내용은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서 두각을 나타낸 대표적인 아티스트들을 본격적인 극장 무대에 세우는 것이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주무대인 홍대앞은 상대적으로 자유분방한 지역이다. 작품의 거칠음이나 실험성은 자연스럽기도 하고 덕목이기도 하다. 이에 비해 대학로 쪽 분위기는 아무리 소극장 지구라고 하지만 홍대앞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더 상업적이다. 관객들은 그만큼 더욱 세련된 것을 요구한다.

 

극장과 축제의 공동기획은 의미있는 행보다. 그같은 기획 아래 신진아티스트들은 자라난다.

 

2회의 공연 중 지난 18일 첫날 공연을 마친 양태석은 "(다음날 공연을 위해) 오늘은 세트를 철수하지 않아도 돼 무척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야기가 있는 드럼'을 가지고 어느 한 극장에서 오랜 기간 세트를 철수안해도 되는 날이 그에게 올지도 모른다.

 

<프로젝트 빅보이> 프로그램 공연은 앞으로 두 작품이 더 남아 있다. 9월25일부터 10월3일까지는 두 사람의 배우가 자신들의 인도여행담을 수다떨듯 쏟아내는 독특한 연극 작품 '인디아블로그(India Blog, 연출 박선희)'가, 10월7일부터 9일까지는 거문고와 피리, 기타, 해금 등 동서양 악기들이 맞부딪치면서 내는 음악을 바탕으로 빛과 영상을 사용해 생명의 파장을 표현하는 '잠비나이(JamBiNai)' 공연이 스페이스 111 극장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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