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소리로 관객과 소통"…"젊은층도 반할 수 있는 소리"
창작 판소리는 소리의 새로운 시작점이다. 시대의 요구를 담아내는 판소리의 현대화 작업. 창작 판소리의 부활을 꾀하는 대표적인 소리꾼 임진택과 이자람이 '2010 전주세계소리축제'를 찾는다. 10년 만에 다시 소리로 돌아온 임진택(10월2일 오후 6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과 '전방위 예술가'인 이자람(10월3일 오후 3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의 무대는 개막 전부터 주목을 모았다.
▲ 2일 오후 6시 소리전당 명인홀
임진택은 이번 무대에서 '소리내력'의 전 바탕 , '똥바다(삼촌대가 이순신 동상위에서 똥을 내싸지르는 대목)','오월광주(해방광주 마지막 날 도청을 사수하다 죽어가는 장면)','백범 김구(북행을 위해 경교장을 빠져나가는 대목과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대목) 등을 모두어낸다. '대담'과 '공연'을 결합한 토크 형식으로 판소리 연구가인 이보근 전 소리축제 프로그래머와 고수 이규호 선생이 질의와 대담을 이끌어간다. 그는 "공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판소리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풀어주는 질의와 응답을 하는 방식"이라며 "'창작판소리는 어떤 것이 있나?', '이 작품은 어떻게 만들었나?', '이 대목은 왜 이렇게 짰나?' 등 궁금증에 대한 이해를 도울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문화의 조건이 천지개벽했는데, 옛날식 그대로 고집한다고 해서 청중의 호응이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오히려 판소리라는 원형적 양식의 가치가 더 부각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그는 일단 소리판에 온 사람들은 열렬히 호응한다며 판소리가 대중들과 신나게 놀지 못하는 것은 소리를 '창조적으로'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소리의 완성도가 미흡하고 창조적이지 못해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
그는 결국 판소리가 스스로 부흥하려면 무엇보다 새롭고 다양한 창작 판소리가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더불어 젊은 세대에게 자신의 창작 판소리가 시대적 의미를 전하고 그 질곡과 고난의 시간을 실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다며 이자람에게도 따뜻한 당부를 남겼다.
"소리 실력을 충분히 갖춘 이자람이 창작에 매진하는 모습이 참으로 대견합니다. 다만 그의 작업은 창작 판소리라기 보다는 '판소리 뮤지컬'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젊은 세대들에게 판소리가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바로 이자람과 같은 동세대가 지고 갈 과제인 듯 싶습니다."
▲ 3일 오후 3시 소리전당 명인홀
"'사천가'로 소리축제를 찾게된 것이 반갑습니다. 판소리 만들기 '자' 팀원들과 함께 마치 새로운 곳에 가는 기분이에요."
판소리 뮤지컬 '사천가'로 지난 5월 폴란드'콘탁 페스티벌'에서 최고 여배우상을 수상한 이자람은 '전방위 예술가'다. '사천가'는 소리꾼, 작창, 음악감독까지 맡아 그의 모든 것을 담아낸 '젊은 판소리'.
"문득 회의가 들었습니다. 나는 분명 착하게 산다고 살아왔는데, 왜 모든 게 모순처럼 느껴지고, 세상사는 게 행복하지 않은 걸까. 그 때 '사천의 선인'이 눈에 들었죠."
2008년 제작된 '사천가'는 브레히트의 연극'사천의 선인'을 판소리 양식으로 재창작한 작품. 이는 21세기 대한민국 사천시에 사는 분식집 주인 뚱녀 순덕의 고군분투기다.
"착하게 살기는 하늘에 별따기. 아무리 노력한들 세살 살기 어려워요. 저는 너무 뚱뚱해서 취직하기도 어렵고요. 어디 알바라도 하고 싶지만 뚱뚱한 여자는 아르바이트도 힘들어요.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나도 내 몸 뉘일 곳은 없어요. 착하게 잘 살고 싶지만 모든 게 그렇게 비싼데 어떻게 착하게 살 수 있나요."('사천가' 중에서)
사천시에 헌금에 눈 먼 신, 시주에 눈 먼 신, 체면에 눈 먼 신이 찾아와 착한 사람을 찾는다. 붕어빵 장수 왕씨가 사천의 천사 순덕이를 소개시켜 주면서 스토리는 전개된다. 사회와 가정이 끊임없이 '착하게 살라'고 강요하지만, 정작 착하게 살기 힘든 사회의 모순을 날카로우면서도 해학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
동·서양 악기의 반주와 현대무용이 어우러진 무대에서 소리꾼은 다양한 인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면서, 해설자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한 대목만 들어봐도 기존 판소리와 달리 현대를 사는 우리네 삶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얼쑤'가 절로 튀어나오는 시원한 소리가 2시간 동안 쏟아질 예정.
"'사천가'는 우리들의 진실된 이야기를 되도록 정직하게 만들어 보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관객들께서 많이 공감하고 아껴주시는 것 같습니다. 너무도 감사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변치 않는 마음으로 작업하겠습니다."
그는 후속 작업으로 '아버지와 딸'에 대한 작업을 2년간 구상해왔다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딸, 자신의 이야기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