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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프랑스인들의 이중성 조롱합니다"

"프랑스 사람들 하면 크리스찬디오르, 향수 같은 화려한 걸 떠올리시죠.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정반대 성격이 있거든요. 한국 관객도 이런 풍자를 보고 웃으셨으면 합니다."

 

80년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대표 극단인 국립민중극장(TNP)의 크리스티앙 스키아레티(55)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몰리에르 단막극을 무대에 올린다.

 

스키아레티 극장장은 프랑스 연극계에서도 영상이나 음악을 지양하고, 대신 대본 위주의 연극을 고집하는 '정통파' 연출가에 속한다.

 

그는 지난 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순수 연극을 고수하는 이유와 현대 사회에서 연극이 지닌 가치 등에 대한 견해를 조목조목 밝혔다.

 

몰리에르는 17세기 프랑스 귀족을 풍자한 희극으로 명성을 떨친 극작가. 교회와 상류층을 비꼬는 작품을 내놔 수차례 공연이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광대가 등장하거나 개그를 해서 웃기는 연극이 아닙니다. 텍스트 안에 해학과 유머를 담아냈어요. 한국 관객이 몰리에르 작품을 보고 웃으신다면 프랑스 사람을 조롱해서 웃게 되는 거죠."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르는 단막극 세 편 가운데 '웃음거리 재녀들'은 몰리에르의 대표작. 그는 시골 사람들의 순박함을 비웃는 파리 귀족들의 허세를 꼬집는 이 연극으로 루이 14세의 총애를 받게 된다.

 

"무대 장치도 거의 없습니다. 대사로 모든 걸 표현하죠. 프랑스 사람들의 속내를 엑스레이로 들여다보는 느낌일 겁니다. 17세기 프랑스 의상을 세밀하게 복원해냈는데 이 점은 눈여겨 볼만할 거에요."

 

연극 무대에도 비디오 영상을 도입하거나 강렬한 음향 효과를 덧입히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지만 "배우와 무대, 대사만 있다"는 순수 연극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유럽 연극에도 점점 비디오, 음악, 무용이 도입되고 있어요. 하지만 이런 요리가 재료의 원래 맛을 잘 살려줄지는 의문입니다. 저도 한때 현대적인 연극에 몰두했던 적이 있는데 이런 연극은 관객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거든요."

 

정통 연극을 고수하다가 영화관이나 스마트폰에 젊은층 관객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스키아레티 극장장에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듯했다.

 

"대중의 수준을 너무 낮게 봐서 그런 우려를 하는 게 아닐까요? 인간은 누구나 순수 예술에 대한 욕망이 내재해 있거든요. 연극은 관객과 소통한다는 데 가치가 있다고 확신합니다. 관객이 연극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면서 세상 속 소음을 걷어내도록 하고 싶어요."

 

스키아레티 극장장은 첫 한국 공연을 앞둔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한국 관객의 반응이 어떨지 너무 궁금해요. 내년에는 한국 연극을 저희 쪽에서 선보일 예정이거든요. 한국에서 받은 인상은 '차분하다'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몰리에르 단막극도 대사가 주는 묘미를 잘 살려서 전달해 드리려고 합니다."

 

'웃음거리 재녀들', '광대의 질투', '날아다니는 의사'를 한꺼번에 선보이는 몰리에르 단막극 시리즈는 2일부터 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엠씨어터에서 공연된다. ☎ 02-3673-2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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