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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설은 인간과 자연의 '교감'"

"매우 지치게 하는 수치로 모든 것이 존재하는 현대사회에서 나는 보이지 않는 바다, 보이지 않는 물결 같은 언어를 낳게 되기를 원합니다."

 

일본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고이케 마사요(51)가 단국대 죽전캠퍼스에서 '바다의 시 정신'을 주제로 열린 2010 세계작가페스티벌 참가와 소설집 '파도를 기다리다'(창비) 출간에 맞춰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이날 발제에서 "바다를 보고 있으면 시의 발생과 인간의 탄생이라는 큰 근원을 생각하게 된다"며 "태고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바다, 산, 강과 같은 자연을 현대사회로 이어주는 작업,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환경을 시의 언어를 통해 지속적으로 탐색하는 글을 계속 쓸 것"이라고 말했다.

 

'영원히 오지 않는 버스' '가장 관능적인 방' '바바, 바사라, 사라바' 등의 시집을 펴낸 고이케 마사요는 국내에는 덜 알려졌지만 일본의 대표적 여성 시인 중 한 명이다.

 

소설가로도 활동하며 단편 '타따도'로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을 받았고 에세이집 '옥상의 유혹'으로 고단샤 에세이상을 받았다.

 

'파도를 기다리다'는 국내에 소개되는 그의 첫 소설이다. 이번 소설집에는 표제작과 '타따도' 등 단편 네 편이 수록됐다.

 

그는 "이번 소설집에도 바다, 즉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그린 작품이 들어 있다"며 "항상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생각하면서 작품을 쓴다"고 말했다.

 

'타따도'는 바닷가를 배경으로 네 남녀의 미묘한 관계를 그린다. 작가는 "네 사람이 얽히고설켜 하나가 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지방 방송국 PD인 남편과 그의 아내, 남편의 동료인 여배우, 아내의 전 직장 동료 등 오십 대 남녀 4명이 부부의 바닷가 집에 모인다.

 

네 사람이 하루를 보내는 동안 이들 사이에는 묘한 권태와 관능의 감정이 교차한다. 다음날 아침이 밝아올 때 이들은 저항할 수 없는 압력에 둑이 터지듯 상대를 바꿔가며 몸을 맞댄다.

 

표제작은 바닷가를 배경으로 파도타기를 하러 먼바다로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중년 여성의 심리를 세밀하게 그린다. 여자는 자신이 한산한 바닷가처럼 바람과 모래, 물과 빛에 의해 서서히 침식당하는 느낌에 젖어 돌아오지 않는 남편 생각을 한다. 날이 저물고, 먼바다에서 표류하던 한 남자를 구조했다는 소식과 함께 여자는 구급차 소리를 듣는다.

 

그 외 '45자'와 '언덕 무리'까지 고이케 마사요의 소설은 건조하면서도 시적인 문장으로 인간관계와 내면을 긴장감 있게 포착한다.

 

작가는 "시를 먼저 쓰다가 소설을 쓰게 됐는데, 소설 역시 문장을 시처럼 생각하며 감각적으로 쓰기 때문에 기존 소설과는 다른 면이 있는 것 같다"며 "굉장히 복잡한 사회에 시와 소설로 구멍을 뚫어서 인간이 좀 더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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