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있는 매헌 윤봉길 의사의 순국지와 암매장터 부근에 세워진 기념비 관리비가 줄어든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민단 중앙본부와 이시카와(石川)현 본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니가타(新潟)총영사관을 통해 이시카와 민단에 주던 연간 80만엔(약 1천만원)의 윤 의사 기념비 관리비 지원이 중단됐다. 동해에 접한 이시카와현 가나자와(金澤)시 교외에는 1932년 12월 윤 의사가 처형당한 순국지와 이후 14년간 유해가 묻혀 있었던 암매장터, 동포들이 세운 기념비가 있다.
정부는 2007년부터 3년간 윤 의사 위령제나 주변 청소 등에 들어가는 관리비 중 일부를 지원했지만 이를 그만둔 것이다.
대신 민단 중앙본부가 재일동포 보조금 중 이시카와 민단에 나눠주는 금액이 지난해 약 243만엔에서 올해는 약 296만엔으로 52만엔(약 600만원) 늘어났다.
이를 두고 이시카와 민단 주변에서는 "정부의 윤 의사 기념비 관리비 지원이 올해부터 중단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고, 민단 중앙본부는 "기념비 관리비를 80만엔에서 52만엔으로 줄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재일동포 보조금 중 지방 민단 지원금을 배분하는 통로를 2007년부터 3년간 민단 중앙본부와 담당 공관으로 나눠놓았던 것을 올해부터 다시 민단 중앙본부로 일원화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민단 중앙본부는 기념비 관리비를 줄인 이유를 다른 지방본부와의 형평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에는 윤 의사 기념비 뿐만 아니라 오키나와(沖繩) 위령비 등 민족 수난의 증거물이 가득하다는 점을 고려해 일률적인 기준(지방본부 규모)을 적용해 돈을 나눠주다 보니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다른 측면에서는 수년째 이어지는 엔고(円高) 현상 탓에 1997년 연간 10억엔에 이르던 재일동포 보조금이 올해 5억엔으로 줄어든 점을 고려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임시정부 정통성을 이어받은 정부가 동포들의 정성과 노력으로 발굴.관리해온 윤 의사 순국지와 기념비에 큰 관심을 보이지 못하다가 최근 3년간 관리비 중 일부를 지원했을 뿐인데, 이마저 줄이거나 중단하는 것은 국가의 위신에 상처를 낼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제가 중국 상하이에 주둔하던 9사단 사단장 등 구(舊) 일본군 수뇌부를 죽거나 다치게 한 윤 의사를 굳이 오사카 형무소에서 9사단 본부가 있던 가나자와시로 끌고와 처형한 뒤 공동묘지로 가는 길 밑에 파묻은 것은 민족정기를 짓밟으려고 벌인 일인데, 한국 정부가 많지도 않은 기념비 관리비마저 줄였다가는 자칫 국민과 일본 등 타국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단 중앙본부 정몽주 사무총장은 "지방본부 간의 형평성을 생각하다 보니 윤 의사 기념비 관리사업의 중요성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이제부터라도 적절한 관심을 표시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윤 의사의 의거를 지원한 백범 김 구 선생의 손자(김 양)가 국가보훈처장으로 있는 마당에는 더더욱 그렇다"며 "윤 의사 순국지와 암매장터 관리비를 언제까지 재외국민 보조금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국가보훈처가 직접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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