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활성화 돼야 예술은 새 생명력 이어갈 수 있어"
성악곡 250여 개, 합창곡 90여 개, 피아노를 비롯해 첼로, 바이올린, 클라리넷 등을 위한 독주곡 60여 개. 작곡 인생 30주년을 맞는 이준복 전북대 교수(61·전북대 음악과)는 풍성한 기록을 남겼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작곡 발표회까지 열었다. 누가 알아주건 말 건 괘념치 않았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 30년이 됐어요. 주위에서 많이 도와주니까 할 수 있었던 것 같고…."
'비인기 장르'에 무작정 매달릴 수 있었던 것은 신이 준 시련을 극복하면서다. 성대 결절, 손마디의 파열로 인해 신을 원망하면서 매달렸던 작곡은 삶에 대한 회의를 극복하게 했다.
그는 진정 원하는 일에는 포기를 모르는, 대단히 집요한 사람이다. 지방에 남아 주류와 타협하길 거부했고, 새로운 곡이 아니면 무대에 올리지 않으려 했다. 작곡가로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삶에서 많은 것을 양보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지만, 지키고 싶어했다.
"모든 일엔 다 장·단점이 있죠. 절대적으로 좋고, 나쁜 건 없어요. 중앙에서 선전하면 성공하기가 쉬울 수도 있었겠지만, 내 색깔을 잃어버렸을 수 있죠. 서울에서 지냈다면, 작곡하는 제자들을 더 많이 키워낼 수도 있었겠지만, 제자들의 연주회를 찾고 여행을 다니는 일은 못했을 겁니다."
30주년을 맞아 여는 작곡 발표회에는 2005년 유럽 여행, 2008년 터키 여행을 소재로 작곡한 곡들이 올려진다. 전주시립교향악단(지휘자 강석희)이 관현악곡으로 호흡을 맞춘다.
"비디오 카메라로 담아온 여행 풍광을 정리하고 다듬어 곡을 만들었습니다. 여행 도중 받은 느낌이나 생각을 엮었기 때문에, 내용적으로는 산만하고 통일성이 결여돼 있지만, 다양한 주제로 인해 변화가 많은 게 매력일 수도 있습니다."
"작곡할 때마다 펜을 잡았다가 놓았다가 수십번 반복한다"는 그는 머릿속의 아이디어가 오선지 위에 옮겨질 때면 손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고 했다. 실제 연주될 땐 희열을 느끼기도 하지만, 힘든 과정이어서인지 '내 곡이 너무 좋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창작'을 통해 인류의 역사가 앞으로 나아가는 겁니다. 국내 창작 열기는 갈수록 시들해지는 것 같아요. 창작자들의 마음에 절망감이 깊게 자리잡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는 "뛰어난 연주자보다 뛰어난 작곡가 한 명이 나오는 게 더 어렵지만, 이것이 활성화돼야 예술이 새로운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다"며 "늘 새로움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것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내 곡이 좀 더 친숙해져야 한다고 하는데, 그게 청중의 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봐요. 원래 예술가는 대중을 앞서 나가고 대중은 이를 뒤쫓는 것입니다."
공연은 26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올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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