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권비영 씨의 베스트셀러 '덕혜옹주'에 이어 한국문학 대표 작가 중 한 명인 황석영 씨의 '강남몽'이 표절 논란에 휘말렸다.
이와 관련, 현재 중국에서 작품을 집필 중인 황씨는 출판사 창비를 통해 "출처를 밝히지 못한 것은 불찰이지만 이것이 표절에 해당하는가는 더 정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학계에 표절 시비는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표절 여부를 명확히 밝히기가 어렵고, 이에 대한 인식도 부족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정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계속되는 표절 공방 = '강남몽'은 제4장 '개와 늑대의 시간'의 조직폭력배 관련 일화가 조성식 신동아 기자의 책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에 나오는 증언 내용과 비슷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동아 11월호는 조씨가 수십 명의 조폭을 인터뷰하고 쓴 논픽션을 황씨가 옮겨썼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씨는 "'신동아' 인터뷰 내용뿐만 아니라 인터넷상에 떠있는 각종 회상자료와 인터뷰 내용 등을 참조했다"며 "학술논문도 아닌 데다 반세기에 걸친 현대사의 방대한 자료를 다루고 있어서 출처를 일일이 밝히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앞서 '덕혜옹주'는 덕혜옹주를 다룬 평전을 쓴 일본의 여성사 연구가 혼마 야스코의 문제 제기로 표절 논란이 불거졌다.
권비영 작가 측은 "덕혜옹주의 삶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소설로 재창작한 것이기 때문에 저작권을 문제 삼을 사안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표절 혹은 저작권 침해 = 저작권법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저작물로 규정한다. 옮겨 쓴 내용이 보호 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표현이 같거나 실질적으로 유사한지에 따라 저작권 침해 여부가 판단된다.
황석영 작가는 "인터뷰를 바탕으로 근대화 기간 동안의 역사적이며 사회적인 사실을 인용하면서 인물에 따라서 인간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장면'에 조명을 가해 소설적 윤색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이 없다면 결국 어떻게 '윤색'했느냐가 문제다. 다른 이의 표현을 그대로 옮겼는지, 작가의 고민을 거쳐 '자기화'한 결과인지가 중요하다.
출처를 밝혀도 저작권 시비에서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산하 표절위원회 위원인 김기태 세명대 미디어창작학과 교수는 26일 "표절은 남의 것을 자기 것인 것처럼 훔쳐온 것을 말하며, 출처를 밝히지 않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출처를 밝히더라도 허락을 받지 않으면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 인식 개선 계기로 = 김 교수는 "표절 문제는 표절위원회나 출판계 대표 단체 등 객관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전문가집단에 맡겨 시시비비를 가리고 공론의 장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 전반에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남의 것을 가져오는 것에 대해 너무 관용적인 분위기가 퍼져 있다"며 "공표된 저작물을 인용하는 방식에 대해서라도 먼저 인식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으며, 학교에서부터 인용에 대한 정당한 절차에 대해 교육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학평론가 최강민 씨는 "지나치게 모든 것에 지적재산권을 문제를 따지면 창작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며 "다만 작가는 출처를 분명히 밝히고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해 기존 재료를 자신의 문장으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논란과 관련해 '덕혜옹주'와 '강남몽' 양측은 표절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참고 자료에 대한 출처는 명시하겠다고 밝혔다.
창비는 '강남몽'을 새로 찍으면서 참고자료를 밝히기로 했으며 다산책방도 "덕혜옹주의 남편인 소 다케유키의 시를 출처 표시 없이 인용한 부분에 대해 번역본을 사용했다는 점을 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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