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는 살아 있었다."
세계적 대문호이자 사상가인 러시아 작가 레프 톨스토이(1828-1910) 서거 100주년을 맞아 그가 마지막 숨을 거둔 모스크바 남부 시골 역사에서 20일 열린 추모 행사에는 러시아와 외국에 사는 작가의 친인척, 그의 삶과 문학을 따르는 추종자, 정부 인사 등 수백명이 몰려들어 작가에 대한 식지 않는 존경과 사랑을 증명했다.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등 세계 문학의 걸작으로 꼽히는 소설과 인도 마하트마 간디와 미국 마틴 루터 킹의 비폭력 사상에까지 영향을 준 '무저항'의 철학을 남긴 톨스토이는 1910년 11월 20일 오전 6시 5분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약 370km 떨어진 리페츠크주(州)의 조그만 시골 역사 '아스타포보'에서 죽음을 맞았다.
서거 10일 전 무소유와 청빈의 삶을 실천하기 위해 아스타포보에서 200km 정도 거리에 있는 자신의 영지 '야스나야 폴랴나'를 떠나 구도여행에 나섰던 톨스토이는 기차 여행 도중 폐렴 증세가 심해져 아스타포보 역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고 이곳 역장 집에서 일주일을 앓다 타계했다.
아스타포보 역과 인근 마을은 사회주의 혁명 직후인 1918년부터 작가를 기려 '레프 톨스토이'로 불리고 있다.
모스크바에서 자동차로 5시간 가까이 달려 도착한 인구 1만5천여 명의 톨스토이 마을은 아침부터 추모 열기로 들떠 있었다. 러시아는 물론 외국에서까지 찾아온 추모객들은 비가 흩뿌리는 쌀쌀한 날씨에도 행사장을 떠날 줄을 몰랐다.
80세가 넘어 보이는 백발의 노인부터 청.장년층, 엄마 손을 잡고 나온 초등학교 1학년생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추모객의 연령층도 다양했다.
추모 행사는 오전 11시께 100년 전 톨스토이가 타고 여행했던 기차를 닮은 증기 열차의 도착과 함께 시작됐다. 열차의 정면에는 톨스토이의 말년 사진이 걸려 있었다. 뒤이어 작가 서거 100주년을 맞아 대대적 수리를 끝낸 역사 개관식과 인근에 있는 톨스토이 기념비에서의 헌화식, 톨스토이 이름을 딴 교육 문화 센터 개관식, 톨스토이 문학 포럼 등의 행사가 치러졌다.
톨스토이 마을의 '톨스토이'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7살 아들 사샤의 손을 잡고 추모식에 참석한 타티야나 오를로바(31)는 "톨스토이는 타고난 귀족이었지만 항상 농민, 평민, 아이들과 가까이 있었다"며 "아들에게 톨스토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알게 하고 싶어 추모 행사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톨스토이 마을에서 약 40km 떨어진 단코프 마을에서 왔다는 발렌티나 알렉사셴코바(63)는 "톨스토이는 러시아 문화의 상징이자 역사"라며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진정한 러시아인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찾아온 희곡 작가 미하이 프레펠리체는 추모 행사에 참석하고 나서도 미련이 남는 듯 몇 시간을 역사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톨스토이 탄생 100주년인 1928년부터 그의 유품들을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개조된 역장 관사와 지금도 간이역으로 사용되고 있는 역사 건물 등은 작가 서거 100주년을 맞아 대규모 보수공사를 하고 추모객들을 맞았다.
역사 건물과 박물관의 벽과 지붕 등은 제정 러시아 시대 건물을 연상시키는 고동색과 녹색의 고풍스러운 색깔로 칠해졌다.
리페츠크 주정부는 2004년부터 시작된 박물관 등 보수 작업에 6천만 루블(약 22억원) 이상을 들였다고 비탈리 레미조프 톨스토이 박물관 관장은 설명했다. 박물관 안에는 톨스토이가 숨을 거둘 때 누워 있었던 침대와 옷가지, 약품 등이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레미조프 관장은 "보수 공사 후 앞서 9월에 문을 연 박물관은 하루 평균 40~100명의 손님이 다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톨스토이가 떠난 지 1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20일 톨스토이가 숨을 거둔 역사에서 시작된 추모행사는 22일 작가가 평생을 살며 작품 활동을 했고 그의 유해가 묻혀 있는 툴라주(州) 야스나야 폴랴나 영지의 작가 무덤에 대한 헌화식 등으로 이어진다.
한편 이와 별도로 20~25일 리페츠크주와 툴라주,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에서는 톨스토이의 삶과 문학, 철학 등을 회고하고 재조명하는 각종 포럼과 전시회 등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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