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콤달콤한 낙지초무침 '압권'
낙지볶음은 양파와 당근, 쪽파를 길고 굵게 채 썰어서 식용유 두른 팬(pan)에 고춧가루 팍팍 넣고 볶다가 낙지와 양념장을 넣고 볶으면 완성된다.
이때 중요한 건 빠른 시간 안에 조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정용 가스레인지로는 어림없어서 업소에서 쓰는 화력이 좋은 화구(火具)가 화끈한 맛을 내는 데 훨씬 유리하다. 낮은 화력으로 조리하다 보면 재료에서 수분이 흘러나와 낙지가 질겨지고,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낙지는 매콤하게 요리하면 술안주로도 그만이며, 저칼로리 음식으로 스태미나(stamina·정력)에 좋고 콜레스테롤 억제 등 여러 가지 효능이 있다.
L이 익산 대학로에서 운영하던 'T&T'라는 카페는 지역 문학·예술인들이 자주 드나들던 곳이었다. 마른안주 몇 가지와 병맥주에도 그가 운영하는 공간이 주는 묘한 향수(鄕愁)와 저렴한 가격 때문인지 꽤 많은 단골을 확보하고 있었다.
나도 카페 운영에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았을 L의 거침없지만 재치 있는 입담에 끌려 매일 출근부에 도장을 찍던 시절이 있었다. 그곳을 출입하는 손님들 또한 스타일이 조금씩 다를 뿐, 대개 주인장에게 뒤지지 않는 입담의 소유자들이었다.
새로 단골이 된 사람들에게는 어김없이 신고식과 다름없는 짓궂은 질문들이 쏟아지고, 새내기가 무심결에 내뱉은 겸연쩍은 답변들은 그날 '최고의 안주'가 되었다.
음식점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L이 낙지전문점을 하고 있다….
거침없는 성격에 불의만 보면 무시로 맞서곤 했던 그가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건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 일인 것 같다. 아무튼 대학로 시절부터 20여 년을 줄기차게 만들어 왔다던-순전히 그의 주장이다- 그의 낙지볶음이 생각나는 날이면 익산 어양동 '담터'를 찾는다.
'담터'의 낙지볶음은 녹차잎을 우려낸 물로 데친 낙지를 고추기름 두른 팬에 마늘과 양파를 넣고 볶다가 양배추와 깻잎, 느타리버섯 등에 고춧가루·고추장을 마저 넣고 빠르게 볶아낸다. 오랫동안 절치부심한 세월의 두께를 반영하듯 그 맛은 세련되면서도, 뒤끝만큼은 그의 거침없고 매서운 말투를 닮아 아주 맵다.
그가 추천하는 메뉴는 단연 낙지초무침. 매실과 식초 등이 가미된 초장에 양파와 양배추, 미나리가 어우러져 새콤달콤한 맛이 압권이다.
찹쌀이 들어간 연포죽으로 부드럽게 마무리한 낙지연포탕도 별미. 북어와 멸치, 다시마, 대파, 양파로 우려낸 국물에 백합(조개)과 무를 넣고 끓이는데, 숙취에 지친 심신을 푸는 데 특효라는 평이다.
다루기도 어렵지만, 시세 변동이 심해 가게 운영이 여간 어렵지 않다는 낙지전문점. '담터'는 만 2년째 나의 벗 L, 이정란 씨(52)가 운영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은 쉬고, 평일 오전 10시에 열어 오후 10시에 문을 닫는다.
▲ 메뉴: 낙지볶음 8000원(1인분), 낙지초무침 3만 원~4만 원, 낙지연포탕 1만5000원(1인분)
▲ 위치: 익산시 어양동 651-6 (전자랜드 사거리 항장외과 뒤편)
▲ 전화: 063-838-0072
김병대(블로그 '쉐비체어'(blog.naver.com/4kf)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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