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대한 그리고 사랑에 대한
첫눈이 왔다. 솜사탕 같은 눈송이에 팔짝팔짝 뛰다가 지난겨울처럼 눈이 많이 오면 어쩌나 걱정이 들었다. 물론 걱정은 잠시,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또다시 뛰어다녔지만. 잠깐 흩날리고 나면 마음은 더 싱숭생숭 해지고 좀 많이 왔다 싶으면 교통 혼란을 야기하는 주범이면서도 어느 샌가 우리는 눈을 기다린다. 생명이 잠드는 겨울이라는 시간 동안 유일하게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존재. 그 차가움에도 불구하고 엄마 품 같은 평화로움과 고요함을 선사하는 눈의 의미, 우리에게는 어떤 것일까? 눈이 주는 힘을 책을 통해 찾아봤다.
▲ 눈에 대한 백과사전
사라 에밀리 미아노 저/ 랜덤하우스코리아/ 1만 2,000원
하얀 세상 속에 남은 벤치, 그리고 소복이 쌓여있는 눈. 「눈에 대한 백과사전」의 표지는 '백과사전'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감성적인 감각으로 가득 차있다. 막상 열어보면 달콤 씁쓸한 사랑이야기인 이 책이 백과사전이라는 제목을 갖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폭설로 인한 교통사고 현장. 이곳에서 눈에 관한 표제어들이 알파벳순으로 정리돼 있는 한 권의 노트가 발견된다. 차가운 눈에 빗댄 노트의 글은 노트의 주인이 생전에 고백할 수 없었던 사랑의 기억. 노트는 작가이자 편집자인 한 사람의 손에 넘어가게 되고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는데. 눈에 대한 과학적 정의와 고전에서 발췌한 이야기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눈에 대한 백과사전」은 책 전체를 하나의 연애편지로 엮은 특이한 형식을 보이고 있다. 작자가 노트의 목적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통해 추리소설의 매력과 가슴 절절한 러브 스토리가 함께 펼쳐지는 것. 이 책은 눈에 대한 백과사전이자 사랑에 대한 백과사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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