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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문화, 젊은 스타일] ①오은 시인

첫 시집 나온지 2년 안돼 '5쇄 예정', 신인작가로는 이례적…올 미술 산문집 출간 계획도

시대가 변했으니, 예술도 변한다. 이전에는 예술인들이 온몸으로 시대를 앓은 뒤에야 작품을 내놓았다. 하지만 요즘의 젊은이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놀이 하듯 작품을 내놓고, 거침없이 무대에 선다. 즐기기 때문에 여유가 있고, 여유가 있으니까 멋진 예술이 나온다. '전북 문화, 젊은 스타일'에서는 전북과 연고가 있되 장르 불문하고 전국적으로 두각을 드러내는 젊은 예술인들을 소개한다. 여기서 그 간극을 말하고 싶다.

 

1982년 생. 정읍에서 태어나 2002년 「현대시」로 등단했다. 형이 그가 끄적인 것을 가져다가 문예지에 투고한 게 당선되면서 얼떨결에 시인이 됐다.

 

공부 잘하게 생겼고 '까놓고' 말해서 실제로도 잘했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

 

'눈 푸른 생선이 / 등 푸른 생선을 먹고 있을 때였다 / 고양이가 짧게 울었다 / 쥐도 새도 모르게 쥐가 죽어 버리고 / 새가 하늘에서 배영을 하기 시작했다 / 비가 쏟아졌다 / 불투명한 것들이 단숨에 거덜 났다 // (중략) 180도 안에서 지분을 나누는 문제에 돌입하자 / 우리는 잠시 / 파렴치하고 어리둥절해졌다 (중략)' ('동시다발' 중에서)

 

오은 시인(29)의 시는 '만들어 낸' 시다. 온몸으로 경험한 뒤 살을 더한 시가 아니다. 치밀한 논리와 정교한 계산으로 조직한 구조물 같은 것이다. 남들이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할 때, 벅찬 감정을 잔뜩 부풀릴 때 그는 시종일관 냉정함을 유지한다. 그가 지난해 펴낸 첫 시집 「호텔 타셀의 돼지들」(믿음사)은 '말놀이의 유희'를 적극 활용한 것이다. 메모들로 뼈대를 만든 뒤 치밀한 계산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언어가 자기 살을 넓혀가는 방식. '말놀이'라는 시작(詩作) 방식을 도입한 게 2004년이다. 그는 "그때가 첫 번째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있던 시기일지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가끔 그럴 때 있잖아요. 한참 이야기하는데, 나도 모르게 어떤 스파크가 튈 때. 지금도 그런 순간순간을 너무나 사랑합니다. 말놀이도 처음에는 음운의 유사성이 있는 단어들을 찾아 실제로 '입말'로 내뱉었을 때 감칠맛이 나는 단어들을 연결시키거나 속담이나 관용구를 뒤집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한 단어가 지닌 다의성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요. "

 

하지만 말놀이가 시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문학평론가 허윤진의 글을 빌리면 이 시집은 '조숙한' 화자가 발표하는 사회 진단서다. 표제작'호텔 타셀의 돼지들'에서는 '늙은 돼지들'로 빗댄 기성세대의 속물적 근성을 비꼬고, 전복을 시도한다. 물론 자신도 조롱의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내가 옳고 당신이 그르다는 판단은 없다. 그가 경계하는 '공공의 적'은 바로 '인간'이다.

 

'버릇이 없다고 하더군요. 눈이 또랑또랑하다는 사람도 있고 벌써부터 싹수가 노랗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른들의 안목은 왜 이리 차이가 날까요? 나는 그냥 아름다운 게 아름다운데. 골치 썩는 일이 한 두개가 아닙니다. 이런 식이라면 맑고 푸르게 자랄 수가 없어요.' ('21세기 어린이' 중에서)

 

이런 거침없고 발랄한 수다 덕분에 그의 시집은 곧 5쇄를 찍을 예정이다. 신인들의 첫 시집이 1년이 지나도 더 찍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출간한 지 2년도 되지 않은 그의 시집 판매 부수는 기록적이다.

 

그는 특히 문화적 자의식이 도드라지는 작가다. 영화·미술·음악 등은 그저 향유하는 상품이 아니라, 그의 실존을 구성하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올해 미술 산문집 출간도 앞두고 있다.

 

"물론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요. 나만의 시각을 갖는다는 것, 내 관점을 통해 사회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 그게 매력이에요."

 

그에게서 새로운 시의 '경향'을 본다. 다른 세대는 공유하기 힘든 또래만의 아우라가 강해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있지만, 자신의 가슴을 달구지 않고 정밀한 레시피에 따라 전혀 다른 시를 만들어낸다.

 

"좋은 시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 좋은 시인이 뭔지는 모르지만, 뭔지 모르기 때문에 더 되고 싶어요. 되고 난 다음에야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거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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