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큰하고 달지 않은 개운한 맛
서울 신당동 떡볶이 원조는 마복림 할머니로 알려져 있다. 마 할머니는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 무렵 동네 중국 음식점 개업식에서 자장에 떨어뜨린 떡을 먹고서 고추장과 춘장을 섞은 소스를 생각해 냈다고 한다.
차별화된 맛과 저렴한 가격은 궁핍했던 그 시절 정서와 딱 맞아 떨어졌다.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새로운 가게들도 하나둘씩 생겨났다. 개천이 흐르던 다리 위 연탄 화덕에서 시작한 마 할머니 떡볶이는 급기야 '신당동 떡볶이 타운'을 만들어냈다.
김제시 요촌동 '신당동 옛날 떡볶이' 소스는 까만색이 아니다. 고추장과 춘장 비율이 15:1로 알려진 신당동 떡볶이와 달리 춘장이 전혀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춘장이 들어간 신당동 떡볶이가 고소하고 달다면, 요촌동식(?) 떡볶이는 얼큰하고 달지 않다.
주인장이 손수 구입한 우리 쌀 100%로 만든 가래떡이 주 재료이며, 화학 조미료와 설탕은 일절 쓰지 않는다. 사람에 따라 '심심하다' 혹은 '개운하다'로 호불호가 갈리지만, 식사 시간이면 가게 밖까지 줄 서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모듬 떡볶이 1인분이 3000원, 라면·오뎅(어묵)·계란·당면·수제비·쫄면 등 사리는 1000원씩이다. 손님 중 십중팔구는 사람 수에 관계없이 모듬 떡볶이 1인분에 다양하게 사리를 추가해서 먹는다.
아주 매운 걸 원한다면 조정도 가능하며, 남은 국물에 김가루 뿌린 밥을 볶아 먹을 수 있다. 행여나 '무슨 사리를 넣을까' 따위의 고민은 필요 없을 듯하다. 주인장 정영순 씨(59·여)가 친절하고, 신속하게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본의 아니게 전주·익산·군산 지역에 편중되었다고 자평하는 '쉐비체어의 숨은 맛집 리포트'는 이번 30회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다. 동쪽으로 전주와 완주, 북쪽으로는 익산과 군산에 끼어 어정쩡한(?) 신세를 면치 못하는 김제의 맛집 두 곳을 연달아 소개하며, 그 아쉬움을 달래 봤다.
다음주부터는 '김병대의 식탐일기(웰컴 투 복마전)'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맛에 대한 더욱 풍성하고 솔직한 내용으로 지면을 채울 것이다.
▲ 메뉴: 모듬 떡볶이 1인분 3000원, 각종 사리(라면·계란·오뎅·당면·수제비·쫄면) 1000원, 공깃밥 1000원
▲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명절 연휴 쉼)
▲ 김제시 요촌동 184-25 (김제 중앙초등학교 사거리 부근)
▲ 전화: 063-544-7973
김병대(블로그 '쉐비체어'(blog.naver.com/4kf)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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