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도시 탈출, 자연에서 행복을 찾다
만약 많은 사람들에게 숙제를 내서 억지로라도 이 책을 다 읽게 한다면 책 제목처럼 잠시나마 행복학교에 다녀온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어떤 이들은 책을 내팽개치며 "이런 또라이들의 얘기를 왜 읽으라고 했는가?" 라고 숙제 낸 사람을 무안하게 할지도 모른다. 혹은 "꽁지(공지영의 애칭)같은 글재주 좋은 소설가가 포장을 해 놓으니 그럴듯하지 실제로는 현실을 도피한 패배자들의 이야기지."라고 꽤 유식한 척하는 이들도 있으리라.
어느 한 영역만 무너져도 현대사회는 모든 기능이 마비될 문명신경구조이다. 우리네는 그 신경의 한 가닥 가닥으로 서로에게 의지하며 숨을 쉬고 있다. 그리하여 내가 멈추면 너도 죽게 되는 것이 문명신경구조의 숙명이라 할 것이다. 그 숙명은 수많은 보람과 아픔과 사랑, 그리고 희생을 요구한다. 제법 나이가 들면서 이 숙명을 사랑하는 것이 행복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행복은 항상 우리 세상의 현실 너머에 있다.
공지영은 이 책에서, 지리산 형제봉 주막집 모퉁이에 누군가가 새겨놓은 "바람도 아닌 것에 흔들리고 뒤척이기 싫어 나는 도시를 떠났다."는 낙서로부터 바로 이 행복이라는 화두를 꺼내고 있다. 도시를 떠나 자연에 묻힌 이들의 이야기이다. 단순히 '부시맨'이나 '아마존의 눈물'에 비쳐진 탈문명적 삶으로서의 귀농이 아닌, 도시문명적 삶의 모순과 고뇌를 치유하는 행복학교를 세우고자 한 것 같다. 「지리산 행복학교」는 사실 삭막한 서울의 한복판에 세운 '공지영의 행복학교'인 것이다.
예컨대 샤갈의 그림을 보면서 그 독특한 색과 선에서 잃었던 꿈과 사랑과 슬픔 같은 것들이 가슴에 젖어드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를 읽다 보면 바람도 아닌 것에 흔들려 도시의 소음에 질식한 순수한 나의 영혼이 심호흡을 하고 일어설 것이다. '민들레 김치 위에 흰자두꽃잎들이 떨어져 내린다'는 꽁지 작가의 표현이 현상을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지만 지리산 봄의 본질이듯, 버들치시인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진정 자유인이 아닐지라도 우리는 그들과 함께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시인이 노래하는 자유를 누리게 된다.
참된 사랑이 무엇인지 알만하면 이미 해가 지고 있다는 말들을 한다. 사랑을 알게 되었을 때 사랑을 만나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도시를 떠나 내가 멈추면 네가 죽는 도시에 지리산과 섬진강의 푸르른 사랑을 꽁지 작가는 실어 나르고 있다. 이 봄이 가기 전에 이 푸른 사랑에 젖어보시라.
▲ 이세재 시인은 임실 출생으로 현재 우석고 교감으로 재직중이다. 1993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같은 해 시문학지 우수작품상을 수상했으며, 시집 「뻐꾸기를 사랑한 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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