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아니지만 맛의 뿌리는 하나
원래는 겨울 음식이지만, 아무래도 여름에 많이 먹게 되는 것이 냉면(冷麵)이다. 굳이 냉면의 종류를 따지자면 평양냉면, 함흥냉면, 진주냉면이 있다. 이름은 다르지만 막국수와 밀면도 냉면이라 부를 수 있다. 옥천냉면으로 알려진 해주냉면도 있으나, 평양냉면과 비슷한 비주얼이라 따로 구분하지 않는 분위기다.
전국적으로 막국수가 눈에 띄게 약진하고 있다. 부산 밀면도 심심찮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하지만 도내에서 밀면은 아직 '미지의 음식'이다. 기존 냉면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인지 막국수를 취급하는 곳도 손가락에 꼽는다.
도내 냉면판(?)의 특징은 '어디는 물냉면이 맛있고, 비빔냉면은 어디가 맛있다'는 식으로 구분한다는 것이다. 외식화에 성공한 고장답게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을 구분해 기억하기보다 맛있는 냉면을 기억하는 것 같다.
하지만 탁자 위에 가위가 놓이고 비빔냉면을 뜨거운 육수에 곁들여 먹는다면, 십중팔구 함흥냉면이다. 함흥냉면은 매운 비빔장에 홍어회 무침이나 가자미식해 등을 얹어 먹으며, 감자나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면발은 질기면서 쫄깃쫄깃하다.
도내에서 매콤달콤한 맛으로 성공을 거둔 함흥냉면 뒤에는 냉장·냉동 기술의 발달도 한몫했다. 평양냉면이 자리 잡고 있던 도내 외식판에 몇 번 도전장을 던졌다가 실패를 맛본 함흥냉면이지만, 이제는 차가운 양념장과 면발이 뜨거운 육수와 조화를 이뤄 더위를 쫓는 대표적인 계절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평양냉면의 경우, 메밀가루에 전분을 약간 섞은 면을 쓰며, 편육·오이채·배채·삶은 달걀 등을 고명으로 얹는다. 이것이 쇠고기·닭고기 육수에 동치미 국물을 섞어 식초와 겨자를 곁들여 먹으면서 물냉면 형태로 발전했다. 지금은 동치미 국물을 섞기보다 고기 육수만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뚝뚝 끊어지는 면발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면서 메밀 함량에 따라 냉면집 등급을 매기기도 한다.
그러나 도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함흥냉면 맛에 길들여진 탓인지 사람들이 메밀 함량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을뿐더러 평양냉면도 쫄깃한 면발을 선호해 전분이 훨씬 더 섞인 면들이 주종을 이룬다. 함흥냉면은 냉면으로도 쳐주지 않는 서울 쪽 냉면 마니아들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평양냉면=맑고 깔끔한 육수'라는 공식을 깨고 무거운 육수와 편육, 찢은 닭고기가 잔뜩 고명으로 쓰이는 터프한 냉면이 '뽀빠이냉면'이다. 평양냉면과 닮은꼴을 찾기가 어려워 입구에 적힌 '정통 평양냉면'이라는 문구가 외려 어색하다. 군산 '뽀빠이냉면'이 원조지만, 뿌리를 따지면 익산 '뽀빠이냉면'도 원조라 할 수 있다.
원칙을 정하고 변칙이 나오면 퓨전이 되지만, 원칙 없는 변형은 '짝퉁'(아류)일 뿐이다. 다행히 이곳들은 1980년대 중반까지 존재했던 군산 '황해옥'에서 냉면 맛을 익혔다. 특이한 것은 퓨전 평양냉면을 만들고 있는 가게에서조차 자신들이 퓨전 평양냉면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적지 않은 세월 동안 이런 방식을 고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군산 '뽀빠이냉면'은 3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익산 '뽀빠이냉면'은 군산 '뽀빠이냉면'에서 주방장으로 일했던 국봉남 씨(61)가 1988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 군산 '뽀빠이 냉면'
▲ 메뉴: 물냉면·비빔냉면 각 5500원
▲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10시(일요일도 영업)
▲ 위치: 군산시 장재동 42(현대 세솔A 102동 앞 미원로)
▲ 전화: 063-446-1785
◆ 익산 '뽀빠이 냉면'
▲ 메뉴: 물냉면·비빔냉면·설렁탕 각 6000원, 자장면 4000원
▲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가을·겨울 일요일 휴무)
▲ 위치: 익산시 영등동 529-200 (성모병원 부근)
▲ 전화: 063-851-4452
김병대(블로그 '쉐비체어'(blog.naver.com/4kf)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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