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경원동 옛 미원탑 사거리 야외 갤러리 '애기똥풀' 눈길…중견작가 작품 전시, 한옥마을 초입 문화예술공간 범위 넓혀
우중충한 건물에 그림이 걸리니 근방이 환해졌다. 이런 발상도 가능하다 싶다. 구 전북은행 본점 건물을 두고서다. 전주 한옥마을 초입에 있으면서도 한옥마을의 문화와 연결되지 못한 채 그저 변방에 있었던 전주시 경원동 옛 미원탑 사거리가 야외 갤러리 하나로 새롭게 변신했다.
지난달 이곳에 문을 연'애기똥풀' 야외 전시장은 일반적인 갤러리 개념에서 볼 때는 이질적이다. 갤러리가 도심의 야외에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색적이다. 또 기존의 건물 벽을 활용해 작품을 진열한다는 점도 튄다. 해가 지면 문을 닫는 실내 갤러리와 달리 밤 10시까지 조명을 넣어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것은 도내 갤러리중 유일하다.
큰 작품으로 고작 10여점 안팎의 그림이 걸릴 수 있는 작은 야외공간이지만, 이처럼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아이디어를 낸 주인공은 전주대 백석종 교수. 건축학 전공의 백 교수가 이 건물에서 커피숍을 생각하던 친구 사업가(이형렬씨)에게 거리의 미관도 살리고, 시민들에게 예술적 감성을 불어넣을 수 있게 야외 갤러리를 권했다.
갤러리는 김씨가 운영하는 리브로스 커피숍 앞에 차려졌고 이씨의 소유지만,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다음달 개관 예정인 작은갤러리'애기들풀'의 큐레이터 정이순씨가 기획부터 전시까지 맡고 있다.
원광대 한국학과 출신의 동양화가이기도 한 정씨는 경기도 안양에서 큰 일식집(해조일식)의 문화공간 큐레이터와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전시실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등 자투리 공간을 이용한 갤러리 운영에 노하우를 갖고 있다.
"화가들과 주민들을 위한 봉사로 생각합니다. 갤러리 소유주가 전시 플래카드와 전시 팜플릿 비용까지 감당하고, 전시공간을 작가들에게 무료로 제공해 작가들은 부담없이 작품을 걸 수 있습니다."
다만, 작가들이 실내 공간이 아닌 거리에 작품을 건다는 것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작가들에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게 정씨의 생각이다. 실내 갤러리의 경우 맘먹고 찾아가야 하지만, 야외 갤러리에 걸린 그림들은 누구나 쉽게 감상이 가능하다. 또 한옥마을 초입이라는 점에서 전국 각지의 외부 관광객들에게도 작가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란 게 그 이유다.
개관 첫 번째로 초대된 작가는 원로 서양화가 이일청씨(4월 15일까지). 현재 서해대 교수로 있는 이씨는 현재 판화작업에 몰두하고 있으며, 판화 작품이 야외 갤러리와 잘 어울릴 것 같아 첫 초대 작가로 선택했단다.
갤러리측은 중견 작가 중심으로 매월 한 분씩 초대할 계획이다. 그리고 1년 정도 지나 자리가 잡히면 전북의 대표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아놓거나 전주 8경 등의 전주를 소개하는 작품들을 상설 전시장으로 꾸민다는 구상이다. 갤러리가 위치한 이곳이 오는 6월께 일방 통행로로 지정될 경우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전주의 문화예술을 알리는 길목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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