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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고수대회 위상 '흔들'

부제1

▲ 20일 폐막한 제32회 전국고수대회의 축하무대에서 출연 명창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올해로 32회째 이어온 전국고수대회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전북국악협회(회장 김학곤)와 KBS전주방송총국(총국장 김영선)이 매년 열고 있는 고수대회가 관객들로부터 외면 받으면서 입지가 좁아진 데다, 내년부터 종합경연대회인 '전국국악고수대회'로 확대할 것을 검토하면서 대회의 정체성마저 흔들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전북국악협회는 지난 3월 이사회를 통해 3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해온 '전국국악경연대회'와 '시·군농악경연대회'를 통합해 고수 부문의 대통령상은 그대로 두면서 판소리, 기악, 무용, 시조, 연희 등을 신설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국고수대회가 고수 부문에 대통령상을 수여하는 전국 유일한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전북국악협회가 이같은 엉뚱한 자구책을 내놓게 된 배경은 고사 위기에 놓인 대회의 현주소 때문이다.

 

공동 주최자인 KBS 전주방송총국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대회가 너무 썰렁하다며 쇄신책을 요구한 데다, 전주시 역시 전라북도 행사라는 이유로 해마다 예산을 줄이겠다고 압박하고 있어 전국고수대회가 벼랑 끝에 내몰렸다. 게다가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회장 성준숙)가 2010년부터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명고수부를 만들면서 전국적으로 가뜩이나 적은 고수들이 양 대회에 나뉘어 참가하고 있어 참가자들은 갈수록 줄 것이라는 위기 의식도 반영됐다.

 

고수대회 초창기부터 참관해온 한 명창은 "국악종합경연대회는 이곳이 아니라도 다른 지역에 얼마든지 있다. 대회의 차별성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면서 "절대 안 될 말"이라고 비판했다.

 

참가자의 북 장단에 맞춰 공연하는 일부 소리꾼 역량이 예년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다는 지적도 고수대회 침체된 위상을 반영한다. 10년 넘게 고수대회에 도전했던 한 국악인은 "기량이 떨어지는 소리꾼들이 오면 그 피해를 보는 것은 고수"라면서 "무대에 오른 15명의 소리꾼들이 다 필요한 게 아니라 잘하는 몇 명만 있어도 된다. 소리꾼들이 심사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이해관계를 챙겨주기 위한 꼼수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전북국악협회는 "예산이 4300여 만원(도비 3000만원·시비 950만원·나머지 자체 부담금)에 불과해 내로라하는 명창을 데려오기는 힘들다"는 하소연만 하고 있다.

 

실제로 전국고수대회에 투입된 예산은 32년이라는 역사적 위상이 무색할 만큼 턱없이 적다. 전북국악협회에 따르면 전국고수대회에 2004년 6100만원, 2005년 6000만원, 2006년 8500만원, 2007년 5550만원, 2008년 5860만원, 2009년 4500만원, 2010년 4400만원, 2011년 4350만원이 투입됐다. 여기서 도비는 2900~3900만원이다. 하지만 시비가 갈수록 줄면서 대통령상을 제외하고는 상격에 맞는 상금을 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명고수부 대상 수상자는 상금 1000만원(대통령상)인 데 반해 명고부 대상 수상자는 고작 50만원(국무총리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 국악인은 "국무총리상 위상이 이것밖에 안되나. 대우를 하려면 제대로 해라"라고 쓴 소리를 했다.

 

이와 관련해 최동현 군산대 교수는 "고수 부문의 유일한 대회로서의 역사적 위상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다"면서 "고수대회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참가자를 늘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고수대회를 찾을 판소리 애호가들을 어떻게 끌어들일까 하는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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