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04 07:08 (수)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화일반
일반기사

공연 관람 문화, 이대로는 안된다(중) '관립단체 유료화' 수면위로

돈내고 볼만한 공연 만들고 마케팅 차별화로 승부해야…전주문화재단 '해마달'·새만금 상설공연 유료관객 증가 '모범답안'

▲ 전북도립국악원의 정월 대보름 행사.
전북도립국악원 공연의 유료화 논란은 오래 됐다. 수익 창출이 아닌 공연의 질을 높이기 위한 재투자를 원칙으로 한 유료화다. 그러나 전북도는 정작 유료화를 통해 공연의 수준을 업그레이드 해야 할 관립단체 공연에 관해서는 귀를 막고 있고, 필요성이 의문시되는 브랜드 공연 제작에는 열을 올리는 '엇박자 행정'으로 지역 공연계에 논란을 키우고 있다. 브랜드 공연이 '지역을 대표하는 대형 공연'이 아닌, 중·소형 규모의 상설 공연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기존의 상설 공연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이를 뒷받침한다.

 

무엇보다 규모나 역사로 볼 때 관립단체의 맏형이라 할 수 있는 전북도립국악원이 무료 공연으로 일관하다 보니, 다른 지역의 관립단체가 유료화를 검토하거나 민간단체가 그와 비슷한 성격의 공연을 유료화 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제로 우진문화재단이 여는 기획 공연'판소리 다섯 바탕의 멋'을 찾은 일부 관람객들이 "도립국악원 공연은 공짜인데, 왜 이건 돈을 내고 봐야 하느냐"고 따져 묻는 경우가 그 예다.

 

그렇다면 도립국악원은 왜 유료화에 머뭇거리는 걸까. 지난 3년 간 전북도립예술단 객석 점유율은 평균 63%(한국소리문화의전당 기준)나 된다. 실제로 마케팅 대체 비용이 초대권인 대다수 제작사와 비교해볼 때 국악원은 객석 점유율이 67.6%(2009), 60.1%(2010), 63.4%(2011), 66.7% (2012년 6월 기준)가 될 만큼 공연의 인지도가 높다. 문제는 대다수 관람객이 단원과 교수부 제자, 도립연수생, 지인 등으로 구성될 만큼 관객층이 얕다는 것. 더구나 무료 공연으로 인한 더 좋은 자리를 앉으려는 관람객들의 민원을 방지하기 위해 공연장 2~3층은 개방조차 하지 않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도는 국악원 공연을 유료화 한다고 해서 큰 수익이 얻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객석을 채우는 부담을 감내해야 하는 유료화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도립국악원 공연이 '그들만의 잔치'가 되지 않으려면, 유료화를 통해 관람객들이 돈을 주고 올 만큼의 매력적인 프로그램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은 국악원 내부에서도 공감하는 바다.

 

공연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유료 관객 비율이 높다는 것은 전북도가 지원하는 새만금 상설 공연과 일부 한옥 자원 활용 야간 상설 공연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가 맡은 새만금 상설 공연은 마케팅에 신경 쓰면서 완성도 있는 공연을 내놓아 관람객들이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 지난해와 올해 새만금 상설 공연의 시작 시점이 달라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겠으나 비수기에 해당되는 6월만 놓고 보면 지난해 유료 공연 객석 점유율은 0.9%(기획 공연), 28%(창작 공연)이었던 반면 기획·창작 공연을 합한 올해는 62%를 차지했다.

 

지난해 새만금 방조제 개통으로 반짝했던 관람객들이 올해 부쩍 줄 것으로 예상 됐으나, 6개를 테마로 한 창작 공연'아리울 이야기 콘서트'와 야외 공연'바람이 머무는 작은 콘서트', 2개월 마다 여는 이벤트까지 겹쳐져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계층의 관람객들의 방문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지난 6월 개막한 전주문화재단의 '해 같은 마패를 달 같이 들어 메고' (이하 '해마달') 역시 개막 공연과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와 연계한 무료 공연을 제외한 총 5회 공연에 총 969명이 관람했다. 현대Hmall, 신세계몰, 웹하드, OK캐쉬백 등 주요 온라인 사이트와 홍보 제휴를 통해 초대한 357명을 제외하곤 유료 관객은 644명, 객석 점유율은 66.5%나 됐다. 전주 한옥마을에 관광객들이 몰리는 데다 판소리의 고장이라는 전주의 이미지와 잘 맞고 스타 명창들이 출연하면서 빚어진 결과. 그러나 익산·고창·임실 한옥 자원 활용 야간 상설 공연의 경우 지역적 소재를 접목시키고 주민들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등 의미있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료 공연으로 전환될 경우 관객 동원은 실패할 것이라는 점에서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결국 관립단체든 민간단체든 공연을 유료화해 공연 전반의 발전을 이어가려면,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이 우선돼야 한다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2000년 개관 이후 '초대권 사절'이라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서울 LG아트센터는 가격 거품이 적은 차별화된 공연을 공략하고, 기획 공연 티켓을 묶어서 판매하는 '패키지 티켓제'로 승부를 건 끝에 가장 신뢰하는 공연장으로 정평이 났다. 관객 입장에선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묶어놓아 관객들이 취향에 따라 최고 40%까지 할인을 받으면서 원하는 티켓을 얻을 수 있는 데다, 제작사 입장에서도 사전 예매율을 높이고 빈 좌석을 막는데 적잖은 도움을 주기 때문에 윈윈하는 전략으로 통하는 것.

 

온라인 사이트·잡지·라디오 방송 등과 제휴를 맺은 전주문화재단의 '해마달'이나 공연장에서 문자 이벤트에 참여한 회원들에게 정기적으로 공연 정보를 발송하는 우진문화재단의 작지만 알찬 홍보 전략처럼 지역 공연계도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