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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 짙은 숲길을 걷다

전주 서신갤러리, 류재현 초대전 / 24일까지 신작 서양화 15점 전시

▲ 서양화가 류재현씨가 레지던시로 활동했을 당시 그린 파리의 이국적인 풍경.
 

"나는 언제나 눈 앞에 펼쳐지는 푸른 숲이 좋다. 녹색의 향연이 좋고 나뭇잎과 흙냄새를 이리저리 싣고 다니는 바람의 흔적이 좋다. 당초문마냥 이리저리 뻗은 칡넝쿨, 키 넘게 훌쩍 자란 들꽃과 숲길 사이로 가끔씩 바람이 불어온다. 그럴 때 숲은 자신의 내면에 숨긴 낡고 오래된 악기의 소리를 낸다."

 

2012년 전주 서신갤러리의 첫 초대전에 선(24일까지) 서양화가 류재현씨(임실동중 교사). 2008년부터 줄곧 녹음 짙은 숲길 그림을 그려온 그의 숲 예찬론이다.

 

"그의 숲길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비장하고, 더러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먼 곳으로 마음들이 한꺼번에 쓸려가는 듯한, 모종의 자장력에 이끌려 들어간다. 현실적 의미의 삶도 근원적 의미의 삶도 모두 텅 비어 자취를 감춘 듯한, 숲과 풀잎에는 인적 없는 적막함과 고요함이 있을 뿐이다."

 

미술평론가 김선태씨는 "비록 자연의 한 부분으로부터 출발하기는 하였지만 그림 자체가 갖는 완결된 공간성은 특정한 자연의 재현을 넘어서서 보다 보편적 의미에서의 자연을 느끼게 한다"고 류씨의 작품을 평했다.

 

평론가 고충환씨는"그림 속 숲길은 흡사 사진이나 자연도감을 연상시킬 만큼 그 실체가 손에 잡힐 듯 세세하고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서 실제로 숲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고 보았다.

 

이번 초대전에는 류씨의 2012년 신작 15점이 전시되며, 6호부터 100호까지 다양한 크기의 숲길 그림을 선보인다. 특히 그가 지난 겨울 파리 레시던시의 가나아트 입주작가로 선정돼 머무르는 동안 작업한 프랑스의 이국적인 마을들의 풍경도 만날 수 있다.

 

류씨는 이번 서신갤러리 초대전에 이어 25일부터 31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인전을 이어간다.

 

전북대 미술교육과 출신으로, 2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녹색종이회, 건지회, VISA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류재현 초대전=24일까지 전주 서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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