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마을 부채박물관 루이엘 모자박물관 전북도 소방박물관 등
뜨거운 여름이다. 35도를 웃도는 살인적인 더위로 연일 최고온도를 갈아 치우며 폭염주의보가 내려지고 있다.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쉽게 지친다. 쉼이 필요한 여름이다. 쉬라고 여름방학도 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온갖 곡식이 여무는 동안 아이들을 앞세우고 우리 어른도 쉬어야 될 듯하다. 차를 타고 도심에서 멀리멀리 가지 않고도 쉼과 배움이 있는, 시원하고 이색적인 박물관을 찾아갔다.
합죽선 명장 작품 엿보기…'한옥마을 부채박물관'
부채박물관은 한옥마을 은행로 미선공예 한쪽 조붓한 공간에 있다. 전통부채인 합죽선의 명장 고 엄주원 옹의 아들 엄재수씨가 대를 이어 부채를 만들며, 집안에 대대로 내려온 진귀한 부채들, 손때 묻은 부채 제작 도구들, 선자장 엄주원 옹의 작품 등 그간 간수해온 부채들을 간추려 전시공간을 마련하고 부채박물관의 이름을 내걸었다.
부채박물관에서는 화려하고 다양한 부채들을 눈여겨보고 전주의 부채 역사를 밟아볼 수 있다. 특히 임금의 약을 끓일 때 사용했던 귀여운 듸림선, 깃털을 이용한 화려한 우선, 방패연처럼 둥근 방구부채, 새나 물고기 꼬리처럼 생긴 미선, 연꽃잎 모양의 곡두선, 부챗살에 옻칠을 한 칠접선, 그림을 그려 넣은 화선, 접힌 부채를 펴면 360도로 펼쳐 차바퀴처럼 원을 이룬 윤선 등 온갖 부채가 시원한 한줄기 바람을 품고 다소곳이 박물관 안을 수놓고 있다.
작은 박물관의 특징 혹은 가치는, 하고많은 것 가운데 하나에 꽂혀 평생을 바치고 그렇게 해서 영근 결실들을 사회에 환원하듯 보여주는 것. 그렇다면 내 인생의 작은 박물관엔 어떤 것들로 채워질지 궁금하다.
'패션의 꽃' 다양한 모자…'루이엘 모자박물관'
한옥마을에서 가까운 동문거리에는 '루이엘모자박물관'이 있다. 셜리천이라는, 모자를 사랑하여 모자를 만들고 모자의 아름다움을 사람들하고 더불어 즐기고자 한 이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세운 모자 박물관이다. 세계의 전통모자에서 현대 모자까지, 오드리 햅번과 찰리 채플린의 모자에서 우리나라 삼국시대 왕관까지, 학창시절 낡은 교모에서 어우동 모자와 삿갓까지, 온갖 모자가 다 있다. 다양한 테마로 모자를 전시하고 판매하며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다.
이곳에 발을 들여놓으면 어쩔 수 없이 행복한 웃음을 짓게 된다. 하나같이 화사하고 멋들어진 모자들이 한 번 써보라고 유혹하는 듯해서다. 파티 갈 때, 야외소풍을 갈 때, 사냥가거나 운동할 때, 심지어 쇼핑하거나 공부하러 갈 때도 꼭 써야 할 것 같은 근사한 모자, 모자, 온통 모자다. 모자가 패션의 꽃이며 화룡점정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며 눈 호사하기 좋은 박물관으로 강추.
어린시절 꿈은 소방관?…'전북도 소방박물관'
전북대 정문에서 전주역 쪽으로 가는 오르막길 끝에 우람한 불자동차와 구급차들이 막 달려 나갈 듯한 기세로 서 있는 전주소방서가 나온다. '전북도 소방박물관'은 미색 훈련탑 건물 2층에 있다. 20여 년 전 전주소방서에서 소방 관련 자료와 장비 등을 모아 문을 열었다. 주로 유치원생과 초등생들이 소방체험 때 둘러보는데, 일반인들은 거의 모르는 이색 박물관이다.
작지만 이곳에는 일제시대 때부터 소방인들이 사용했던 완용펌프, 소방 호스 이동 걸이, 소방동력 펌프, 각종 소화기, 망루종, 수동식 사이렌, 비상 조명등, 화재 예방 홍보물 등이 빼곡하다. 한때 화재 현장에서 실려가 화마와 싸웠던 소방기구들이 이제는 저마다 최신 장비에게 그 소임을 물려주고 이곳에 나앉아 소방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소방박물관을 담당한 여성 소방관의 친절한 설명을 듣다 보면, 소방관이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꿈이 되살아나고, 화재를 진압하고 재난사고 현장에서 사람을 구하고 신속하게 응급환자를 처치하는 소방관에 대한 믿음을 실감하게 된다.
/김정겸 문화전문시민기자(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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