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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광대전' 1라운드 가보니 - '나가수' 못지 않은 열기와 감동

전국 명창 자존심 건 한판 대결에 분위기 '들썩' / 400여 관객 환호했지만 정작 소리꾼 관심 저조

▲ 1일 전주 전통문화관 경업당에서 열린 '광대전'1라운드에 나선 왕기철 명창이 열띤 경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 제공=장일현씨
부채가 '쫙' 펼쳐졌다. 왕기철 명창(국립창극단 부수석)의 목에는 핏대가 섰고, 객석에서는 '얼쑤'하는 추임새가 터져나왔다. 왕 명창은 '흥부가'의 '박타는 대목'을 선택했다. '시르렁 슬근' 톱질로 흥겨운 박을 타자 분위기는 확 달아올랐다. 쩌렁쩌렁 공연장을 메우는 소리에 귀명창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지난 1일 오후 5시 전주 전통문화관 경업당에서 열린 전주MBC(대표 전성진)의 '광대전'(廣大戰). 판소리 '나가수'로 전국 국악대회에서 대통령상을 탄 명창들이 자존심을 내건 한판 대결을 펼쳤다. 하늘이 내린 소리 앞에 '광대'란 칭호가 아깝지 않았다.

 

추첨제로 진행된 1부 공연의 첫 순서는 박애리 명창(국립창극단 단원). 긴장감이 엄습한 탓에 부채 끝이 흔들렸다. 박 명창이 부른 '심청가'('눈뜨는 대목')는 10년 전 하늘로 먼저 간 어머니에게 바치는 헌정 공연.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에서 방자 역으로 열연한 김학용 명창(국립창극단 부수석)은 '심청가'의 '섰던 자리 대목'에 경기 민요 '창부타령'을 '깜짝 선물'했다. 2002년 전주대사습 최초로 스물아홉 나이에 장원을 차지한 염경애 명창 역시 '춘향가'의 '옥중가 대목'을 저음과 고음을 드라마틱하게 넘나드는 소리로 여유 있게 연출했다.

 

'하늘이 내린 소리'라는 평가를 받는 장문희 명창(전북도립국악원 수석)은 2부 첫 순서를 장식했다. "안했으면 몰라도 도전한 이상 꼭 우승하고 싶다"는 야문 답변을 내놓은 그는 '춘향가'의 '오리정 이별 대목'을 선택했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리 공력을 무대에 충실히 옮기려는 노력이 돋보인 무대. 반면 왕기석 명창(국립창극단 단원)은 깊은 소리에 연기가 더해져 관객들이 환호했다. 형인 왕기철 명창과 마찬가지로 '흥부가'의 '박타는 대목'를 택하는 베짱을 내보인 그는 무릎을 꿇고 눈을 끔뻑거리며 열연했다.

 

오후 5시에 시작된 공연은 오후 9시가 넘겨서야 최영란 권하경 소주호 명창까지 마무리됐다. 어둑어둑해진 무대 위로 조명이 흐르고, 전광판에서는 명창들의 얼굴이 번갈아 비추며 마치 '나가수'의 생중계를 보는 듯 했다. 가운데 무대를 빙 둘러싼 객석은 400명 남짓한 시민들은 의자와 계단에 기대거나 바닥에 편안히 앉아 경청했다. 특히 예를 중시 여기는 판소리 공연장 분위기와 달리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 공연 도중에 대화를 나누고,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전화를 꺼내 자유롭게 촬영하면서 먹고 마시는 분위기까지도 자연스럽게 여겨졌다.

 

처음 시도하는 행사이다 보니, 운영상 미숙한 점도 있었다. 100명을 채우기로 했던 귀명창 청중평가단이 결원이 생기자 현장에서 갑자기 충원 돼 신뢰도가 옅어졌고, 채점표를 받지 못한 일부 외국인 평가단의 경우 뒤늦게 평가가 이뤄지기도 했다. 방송 중계를 위한 준비로 2부 공연이 20~30분이 지연됐으나, 진행을 맡은 전주MBC 아나운서 주혜경씨의 재치있는 멘트로 무리없이 넘어갔고 관객들도 "귀가 호강하는 날"이라며 특별한 불만을 표출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날 제일 아쉬웠던 것은 이런 무대를 가장 반겨야 할 판소리 명창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이다. '광대'라는 칭호는 잔재주를 부리지 않고 무대 위에서 신나게 놀 때 관객들로부터 주어지는 영예 아니던가. 4시간 가까이 북을 잡아준 조용안 고수와 탈락한 4명의 명창들마저도 이날만큼은 진정한 광대였다.

 

1일 공연의 녹화 방송은 10일 오후 11시15분에 만나볼 수 있다.

 

△ 광대전 제2라운드 = 9월22일 오후 5시, 제3라운드 = 9월22일 오후 6시, 제4라운드 = 10월6일 오후 5시, 제5라운드 = 10월6일 오후 6시, 제6라운드 = 10월20일 오후 5시 전주전통문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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