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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광대의 노래 - "신재효와 진채선의 애달픈 사랑 판소리극으로 느끼세요"

판소리 퍼포먼스 그룹'미친 광대', 창작극'동리-오동은 봉황을 기다리고'

▲ 14일 공연되는 창작 판소리극'동리 - 오동은 봉황을 기다리고'연출가 지기학 씨(왼쪽)와 연습 중인 판소리 퍼포먼스 그룹'미친 광대' 단원들.
시간을 비틀면 사랑은 더 절절해진다. 떨어진 꽃잎처럼 더 이상 곁에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두고두고 아프다.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신재효(1812∼1884). 전주세계소리축제가 '2012 광대의 노래'에서 신재효의 제자이자 평생 사모했던 진채선 명창을 울혈 진 그리움으로 불러낸다.

 

판소리 퍼포먼스 그룹 '미친 광대'의 창작 판소리극 '동리 - 오동은 봉황을 기다리고'(14일 오후 7시·15일 오후 3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는 문순태의 소설 '도리화가'라는 '그리움'이라는 모티브를 얻되 나머지는 새롭게 각색하는 방식을 취했다.

 

극이 불려나오는 형식부터가 재밌다. 최근 유행처럼 접목되고 있는 '시간여행', 즉'팩션'(faction·사실을 토대로 한 소설)의 구조가 차용됐다. '방랑의 아침'(1막), '오동은 봉황을 기다리고'(2막), '동리정사'(3막), '진채선'(4막), '도리화가'(5막)로 이어지는 무대의 첫 장면은 2020년 무대를 꽉 채워줄 진정한 광대를 기다리는 연출가 '신재효'와 200년 전 신재효의 아호(雅號)로 알려진 '백원'이 등장한다. 젊은 날 신분제로 인한 갈등으로 길고 긴 방황 끝에 예술에 눈을 떠가는 '백원'과 머리가 하얗게 센 오동을 자신과 일치시키며 푸른 울음을 토해낼 봉황(진채선)을 기다리는 '신재효'가 무대와 객석의 경계에서 교차되는 방식.

 

그러나 다섯 장면의 전환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다. 배우 지기학 김대일 박추우 정민영 정승희는 무대와 객석의 이렇다 할 경계도 없이 오동나무와 소리북 등을 통해 장면 장면을 전환시킨다. 악기도 됐다가 배우가 올라서고 걸터앉는 곳이기도 한 북을 이용한 공간 연출을 두고 연출가 지기학 씨는 "이게 바로 한국적인 연출 방법"이라고 했다.

 

"'춘향전'을 10년 넘게 연출해왔어요. 그 사이에 형식이 세 번 넘게 바꿨습니다. 화려한 무대 세트를 활용하다가 해를 더해갈수록 덧마루만 깔아두고 하는 단출한 방식으로 변형됐죠. 우리 춤이나 놀이를 꾸준히 보다 보니, 청송이나 녹죽 등을 들고 나오면서 장면이 바뀌는 형식이 의외로 많더라구요. 그 장면의 이미지가 연상되는 소품이 모든 걸 대변해주죠. 오히려 이런 방식이 관객들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무대를 온전히 지탱하는 것은 무빙 라이트도 화려한 무대 세트도 아닌, 배우들의 몰입 능력. 각기 작창한 무대로 이야기를 확장시켜나간다. 한복은 아니지만, 아주 모던한 분위기의 의상도 무대를 빛나게 한다. 영화 '쌍화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작·편곡을 담당했던 음악감독 김백찬의 중독성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연출가 지기학은 공연장으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을 고집해왔다. 마이크가 아닌 육성으로 관객과 관객 사이에 가로놓인 심연을 돌파해보려는 시도. 과거의 광대가 오늘날의 광대로, 애달픈 사랑이 '도리화가'로 형상화되면서 그리움의 서사를 확장시킨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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