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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한국 차문화의 맥이 흐르는 부안

조인숙 원광대 동양학대학원 예문화와다도학과 강의교수…백제·조선에 걸친 기록 다양 '대기업 상표등록'부풍향차' 지역민에게 양보해야 마땅

▲ 조인숙 원광대 동양학대학원 예문화와다도학과 강의교수
부안 상서면 능가산 울금바위 옆 원효방은 한국차문화사중 백제 차문화로 기록되고 있다. 고려 문인 이규보가 쓴'동국이상국전집'에, '1200년 8월 20일 내소사에 갔으며 그 다음날 원효방에 갔다'는 내용에 근거한다. 높이가 수십 층이나 되는 나무 사다리가 있어서 발을 후들후들 떨며 올라갔으며, 옆에는 사포성인이 옛날 머물던 곳이 있었는데, 원효가 와서 살자 사포가 바위 틈에서 솟아나는 물을 이용해 늘 차를 달였다 하는 내용에 주목한다.

 

사포가 원효에게 끓여서 올린 차는 부안에서 자생하는 차로 추정해볼 수 있다. 원효가 백제 땅 부안에 오면서 차를 가지고 왔기보다는 사포가 가지고 있던 차를 나름대로 만들어 올렸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백제 왕성터로 지목되는 몽촌토성에서 발굴된 돌절구가 남조시대 전래된 차를 만들 때 필요한 조제구이며, 풍납토성에서 나온 중국제 청자완도 차를 담아 마시던 용기로 보인다고 하는 발표는 이러한 주장에 구체성을 더하고 있다.

 

부안의 차는 조선시대에도 상품이었다. [세종실록지리지]〈토공〉조에 부안의 토공물 중에 차가 기록되어 있는데, 토공은 지역에서 나는 좋은 것을 조정에 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차가 생산되는 지역으로는 상서면 감교리, 보안면 사창리, 매창뜸 세 곳이다. 상서면 감교리는 원효방이 위치해있는 지역이므로, 일찍부터 차나무가 자라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실재로 필자는 상서면, 보안면 일대 야산을 둘러본 결과 곳곳에 야생차들이 자라고 있음을 확인했다. 야생상태로 자라고 있어 범위와 연대는 정확히 측정할 수 없지만, 오래전부터 차나무들이 나고 자랐다는 사실을 추정해볼 수는 있다.

 

부안 차는 18세기 들어서 또한번 놀라움을 던졌다. 1756년경 부안 현감이었던 이운해(李運海)가 각종 병리 증상에 따라 7종의 상차를 만들었다는 내용이 '부풍향차보(扶風香茶譜)'에 기록되어 있다. 부풍은 현재 부안을 말하며, 향약차 개발에 대한 내용은 이 기록이 최초이다. 작설차에 특정 증상에 효능이 있는 7가지 약초를 가미해서 끓여, 각종 증상에 맞춰 마시도록 한 차다. 또한 새 차를 만들었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와 같은 제다법은 이운해 현감의 창작품이라 사료된다. 250년전 부안에서 차의 기능을 살린 향약차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백제 차문화의 유적인 원효방과 함께 부안이 차문화의 메카임이 드러나는 내용이다.

 

이러한 역사성을 내용삼아 현재 부안에서는 녹차와 한약재를 섞어 만든 기능성 혼합차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녹차가 가지고 있는 성분과 한약재를 이용하여 특정 질환에 이로움을 주고자 하는 차다. 현대인들의 욕구와 식습관에 걸맞는 다양한 기호의 국산차 개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어 기능성혼합차의 개발은 실효성을 얻고 있다.

 

연구팀은 부안의 차문화사를 스토리텔링화시켜 지역 이미지에 대한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부풍향차'를 상표 등록하고자 했으나, 식품업계에서는 유명한 모 대기업에서 이미 상표등록을 한 상태다. 그러나 그 회사는 차를 만들고 있지도 않으며 그럴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렇다면 실제로 차를 만들고 있는 부안지역민들이 상표를 쓸 수 있도록 업계에서 양보하는 것이 합당한 일이고, 부안군에서도 이를 위해 힘을 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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