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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내보다는 근성, 그 지치지 않는 열정 "나 다운 촌스러움 녹여냈지"

▲ 유휴열 作 '무인도'
"감사한 일과 힘든 일이 각각 있었지." 1년 만에 만난 서양화가 유휴열(62)은 에둘러가지 않았다. 직선이었다.

 

1년 내내 쉬지 않고 작업을 한 탓에 그 좋다는 술을 끊다시피 했는데도 몸이 예전 같지 않았다. 제자들은 "이제 작업 그만하실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 만류했으나, "이 놈아! 작업은 젊을 때 하는 거여!"라는 호통에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공들여 내놓은 작품 덕분에 "당분간 LA 작가가 되겠다"고 맘먹을 정도로 미국 개인전 반응은 뜨거웠다.

 

밀물과 썰물의 싸움과도 같은 작가의 생활은 여전히 녹록치 않으나, 그는 예정에 없던 개인전을 하게 됐다. 치과에서 열리는 개인전이 의외라는 반응에 "이빨 몇 개를 공짜로 박은 마음의 빚이 있어서"라며 껄껄 웃었으나, 원장의 문화적 안목이 더 끌린 탓이다.

 

평생 천착해온 '생·놀이'라는 주제는 여전하지만, 작은 공간을 활용한 묘미를 살리는 것이 이번 개인전의 관전 포인트. 한국인의 토속적 생명력을 뽑아내 현대적 회화 안에 그려내며 흥과 한을 탁월하게 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는 멍청해서 서울로 대학을 못 갔어. 근데 그게 행운이야. 지금의 '촌스러운'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단 말이지."

 

제자 서양화가 이정웅씨는 스승이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말한 것을 받아 "국적 불명의 트렌드를 쫓아 흉내 내 그리기 보다는, 우리 민족의 특유한 근성을 몸으로 체화시켜 토해낼 수 있었다"고 보충 설명을 했다. '무인도'나'리듬'은 한국인의 신명이 자유롭게 넘나들어 다채로운 토속적 생명력을 한껏 살리고 있다.

 

언제나 관람객들에게 연애편지를 쓰는 심정으로 작품을 만드는 그는 애인이 바람둥이처럼 흔들리더라도 늘 일편단심이다. 작품은 필연적으로 '대중예술'이고, 지난 40년은 관람객들과 만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기 때문. 이번 개인전만 끝나면 훌쩍 여행을 다녀온 뒤 다시 작업에 매진할 생각.

 

이 지치지 않는 열정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궁금해졌다. 전시는 16일부터 12월15일까지 전주예치과에서 이어진다. 개막식은 16일 오후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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