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창작 시도…화제작은 가뭄 전주여고 동아리 전국무대서 3관왕…소극장 지원·문화바우처 사업 호평
'세대 교체'는 2012년 전북 연극계를 꿰는 단어다. 이는 '발전'과 '퇴보'라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일부에선 잰걸음으로 나아간 반면 또 다른 일부에선 뒷걸음질을 쳤다. '제30회 전국 연극제'에서 극단 명태가 연기상 수상에 그친 반면 전주여고 연극 동아리는 '제16회 전국 청소년 연극제'에서 도내 최초로 대상(국무총리상)을 비롯해 3관왕을 차지했다. 유달리 눈에 띄는 화제작이 없었던 전북 연극계에 극단 까치동이 '동동동 팥죽할멈'으로 '제2회 세계 인형극 카니발'에서 2등을 수상한 것은 전북 연극의 자존심을 지켜준 일이었다. 올해 전북 연극계를 키워드로 살펴봤다.
△ 변화= 올해 전북 연극은 중견 세대가 젊은 세대에 밀리는 양상을 뚜렷했다. 전국 연극제에서 무려 다섯 번이나 대통령상을 받았던 전북 연극은 올해 그 위상에 걸맞지 않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제28회 전북 연극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극단 명태의 '꿈속의 꿈'은 '제30회 전국 연극제'에서 연기상 수상에 그친 것. 지난해부터 눈부신 활약을 펼쳐온 '극단 까치동'이 '동동동 팥죽할멈'으로 '카자흐스탄 세계 인형극 카니발' 공식 경쟁 부분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 무너질 뻔한 전북 연극의 아성을 지켰다.
반면 젊은 연극인들의 약진은 두드러졌다. 전북 청소년 연극제 단골 1등 팀이었던 전주여고 연극 동아리'Since 1996'는 '달무리 꽃'으로 '제16회 전국 청소년 연극제'에서 3관왕의 영예를 차지했고, 신생 극단인 'TOD랑'이 '제9회 고마나루 전국 향토 연극제'에서 금상을 수상하면서 침체돼 있던 전북 연극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 한기= 도내 연극계에서 이렇다 할 화제작이 없었다. 체감온도만 낮은 게 아니었다. 지역 극단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창작극을 꾸준히 시도했으나, 완성도를 높인 화제작으로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전주시립극단은 이례적으로 전주시립국악단과 힘을 합쳐 내놓은 '광대학교 스타 탄생'을 비롯해 '사천의 착한 여자','열하일기만보' 등을 시도했으나 객석의 적극적인 호응까진 유도해내지 못했다. 전국 연극제에서 대통령상을 2번이나 거머쥔 황토레퍼토리컴퍼니는 창단 30주년을 맞아 창작 초연극'천년의 달'을, 창단 15주년을 맞은 극단 명태와 군산 사람세상 역시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과 '블랙 코미디'를 통해 재도약하는 계기로 삼았다.
각 장르별 경계가 무너지면서 연극이 다양한 무대와 접목되고 있는 흐름을 받아들여 연극을 이제는 넓은 개념의 무대극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연극성이 짙은 전라북도의 '한옥자원활용 야간상설공연'(임실·고창)의 경우 지역적 소재를 접목시키고 마을 주민이나 지역 인력들이 참여시킨 연극적인 무대로 더 다듬기만 한다면 지역을 대표하는 공연으로 내놔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할 수 있었다.
△ 훈훈= 우진문화재단이 올해 처음 마련한 '젊은 연출가전'은 젊은 연극인들을 발굴해 소극장 무대를 제공해줌으로써 참신한 소극장 연극 운동의 이정표가 됐다. 대극장 못지 않은 최고급 시설을 갖춘 소극장 대관·홍보까지 대신해준 우진문화재단 덕분에 극단'사람 세상','하늘','ST99'는 작품에만 몰입할 수 있는 값진 기회를 얻었다.
전북문화바우처사업단도 소외계층을 위해 공연을 지원하는 사업'바다랑 뜰이랑'을 통해 전북 연극판을 건강하게 살찌웠다. 바우처사업단은 창작극회의 '그 해 여름','비행선 마고 후의 복수', 전주시립극단'광대학교 스타 탄생','사천의 착한 여자', 전문예술법인 푸른문화의 '색깔 훔치는 마녀' 등을 관람하도록 해 썰렁한 객석을 메워줌으로써 전북 연극이 자생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 신생= 팍팍한 살림살이에도 신생 팀들이 생겨났다. 젊은 여성 연극인 넷이 뭉쳐 창단한 극단'자루'를 결성했고, 전북연극협회에서 서울연극협회로 본적을 옮긴 '재인촌 우듬지'는 전북연극협회 정읍지회를 만들고 극단'友里 아트 컴퍼니'를 창단했다. 극단'작은 소동'이 아르케 소극장을 '자루'의 무대로 쓸 수 있게 배려한 덕분에 '영웅 제작소'를 올릴 수 있었고, 서울 진출을 시도한 '재인촌 우듬지'는 지역에서 보기 드물게 시도했던 장기 공연'아주 치명적인 두 여자'와 '오래전 愛'를 40일 간 올리는 실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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