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부일씨가 대통령 당선인에 권하는 '논어 사람을 사랑하는 기술'
제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앞으로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고민하며 국민들의 의견에 귀 기울일 것이다. 국민행복에만 전념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대통령 당선인에게 '논어 사람을 사랑하는 기술'(한겨레출판)을 권한다. 농촌운동과 교육운동을 해온 저자 이남곡씨가 고전인 논어를 현대적이고 독특한 관점으로 다시 풀어 쓴 책이다.
■ 자신을 낮추어 국민을 보듬길
맹자는 자신을 수양하여 사람을 잘 다스린다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을 위정자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스승 공자는 더 깊이 생각해 자신을 수양하여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수기안인(修己安人)을 강조했다. 권위적으로 군림하고, 소통을 거부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자신을 낮추어 국민을 보듬고 사랑하는 대통령이 필요한 시대다. 첫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당선인이 그런 위정자가 되어주기를 공자도 이 책을 통해 진지하게 조언하고 있다.
공자의 가르침 중에, 두루 하여 편파적이지 않다는 주이불비(周而不比)도 귀 담아 들어야 한다. 보통 사람들은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이합집산을 하는데 이를 넘어설 때 군자가 될 수 있다. 사람들과 널리 사귀되 파당을 이루지 않는, 군이부당(群而不黨)을 이해하는 정치인을 국민들은 사랑한다. 특정 개인이나 세력과 타협해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보편적 이익을 추구할 때 자신을 포함해 국민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다.
상생과 화합, 공존을 어떻게 실천한지 모든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당선인은 절대 잊으면 안 된다.
■ 신뢰 없으면 진정한 통합 어려워
그렇다면 많은 국민들은 왜 박근혜 당선인을 지지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경제 위기 극복에 대한 열망이 컸을 것이다. '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서 가장 중요한 위정자의 역할이다. 그런데 경제 발전만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는 식량이 풍부하고, 외부로부터의 침략에 대비하는 국방력이 갖춰지면 백성들 사이에 믿음이 생긴다고 믿는다. 하지만 공자의 생각은 달랐다.
물질적 풍요가 정신적 성숙과 함께 결합되지 않을 때 오히려 재앙이 된다. 부의 양극화, 부정부패, 배금주의 등은 상호불신의 풍조를 만연시켜 사회를 위험하게 만든다. 그리고 신뢰가 없으면 거대한 병력과 첨단 무기가 있더라도 나라를 지킬 수 없다는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을 공자는 역설했다.
이 책의 저자 이남곡 선생 또한 우리 사회의 진정한 통합을 위협하는 것은 경제나 안보보다 불신감이라고 예리하게 지적한다. 당선인은 국민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신뢰받는 대통령이 되어야 할 것이다.
■ 시대정신 구현 위한 철학 필요
문득 공자가 지금 대한민국에 와서 정치를 시작한다면 어떻게 했을지 궁금해진다. 어느 날, 제자가 공자에게 "정치를 맡게 된다면 무엇부터 하시겠습니까?" 이렇게 물었다. 공자는 "명을 바로 세우겠다(正名)"라고 대답했다. 정명을 명분(名分)으로 해석해 독재 치하에서 권력 유지나 획득의 근거로 사용했지만 참뜻은 그렇지 않다. 공자는 정명을 '시대정신의 구현을 위한 종합 철학을 세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양극화 해결, 지구환경 보존, 국민 복지를 아우르는 정치 철학을 박근혜 당선인이 지금 명확하게 세워야 할 때다.
덕으로 정치를 구현한다(爲政以德), 말은 더디게, 행동은 민첩하게(欲訥於言 而敏於行), 화합하되 똑같기를 강요하지 않는다(和而不同), 널리 은혜를 베풀고 대중을 구제한다(博施濟衆). 공자의 이런 가르침은 2500년을 뛰어 넘어 미래 사회를 열어가는 핵심 키워드다. 박근혜 당선인이 공자의 가르침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길 모든 국민이 기대하고 있다.
△ 문부일씨는 성공회대 사회과학부(정치학) 졸업했으며, 201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소설 부문)로 등단했다. 200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동화 부문)로 등단했으며, 동화집'찢어, Jean'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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