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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철한 서비스에 식품 모양까지 세밀하게 관리

일본 (상) 식품시장 경쟁력 - 한국 김치·삼계탕·비빔밥 등 일본식으로 새로 만들어 판매

▲ 신선한 농산물들이 잘 다듬어지고 소포장 단위로 판매되고 있는 일본 이토 판매장.
'달기 아니면 짜기'. 한국인들이 일본 음식을 평할 때 흔히 이렇게 이야기 한다. 한류 열풍 속에 한국의 김치와 막걸리 등이 일본에서 선풍적 인기라는 소식도 가끔씩 들려온다. 이런 단편적인 이야기들만 묶으면 일본의 음식은 하잘 것 없고, 마치 한국 음식이 일본 시장을 석권하는 양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일본의 식품시장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일본의 식품들은 한국을 포함 동아시아 뿐아니라 미국 등 서구시장 곳곳에 침투해 있다. 이제 갓 한식의 세계화를 외치는 우리보다 훨씬 앞선 셈이다. 전북 음식의 명품화로 가는 길에 일본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본보는 지난달 12일부터 4박5일에 걸쳐 후쿠오카와 교토지역을 취재했다. 일본의 식문화가 어떻게 발전했으며, 어떤 노력이 뒤따르고 있는지 앞으로 세 차례에 걸쳐 일본의 식품 경쟁력·안전성·전통성을 조명해본다. 후쿠오카는 주변 바다와 농촌을 배경으로 식품산업이 크게 발달한 곳이며, 교토는 전주와 비슷한 여건의 전통 도시다.

 

일본 후쿠오카 중앙구에 위치한 한국식당'나래야'. 지난달 13일 저녁 이곳 식당을 찾았을 때 단 1명의 손님도 없었다. 이곳 교포들 사이에서는 음식 맛과 분위기 모두 꽤 괜찮은 한국식당으로 입소문이 났지만, 종업원들이 길가에 나와 '호객행위'를 해야 할 만큼 영업이 신통치 못해 보였다. 도쿄에서 같은 상호로 영업을 해온 주인 이성용씨는 도쿄에서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한국과 가까운 후쿠오카로 음식점을 옮겼지만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울상이다.

 

이씨의 가게 처럼 일본에서 한국식당들이 근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지속적인 엔화 상승에다 원전 사고의 여파가 가라앉지 않으면서 한국 관광객들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 2008년부터 10㎏ 이상 핸드캐리어를 금지하면서 한국의 식자재 조달까지 여의치 않아 한국음식점들이 이중삼중고를 겪는 실정이다.

 

반면, 몇 미터 떨어진 바로 옆 일본인이 운영하는 치가에(稚加榮) 식당은 점심때부터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오전 11시부터 손님을 받는 이곳은 번호표를 받고 자신의 순서를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넓은 공간을 바탕으로, 주방 인원 38명에 서비스 점원까지 음식점 직원만 80명이 넘는다는 이 음식점의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음식점 주인 구로이와 요리꼬씨(62)는 '혀 뿐아니라 마음까지 만족시키는서비스'라고 했다. 아나고 농어 전어 숭어 돔 세우 전북 소라 등 살아있는 생선들을 음식점 안에 진열해 놓아 고객들은 재료 자체가 싱싱할 것으로 느낀다. 여기에 주문 즉시 음식이 나오는 신속한 서비스와 할인 가격을 통해 점심때 시간과 호주머니를 생각하는 직장인들을 공략하고 있었다.

 

일본 음식시장의 높은 벽과 일본인들의 식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단면이다. 실제 한국의 대표적 음식인 김치를 일본인들도 잘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지 사정은 그렇지 않았다. 일본인들의 한국 김치 수요가 많지 않으며, 한국식 발효김치는 교포들을 중심으로 소비된다. 일본의 야채시장에 우리와 같은 배추와 무가 쏟아져 나오지만, 일본인들이 먹는 김치는 우리와 다른, 맵지 않은 김치다. 일본의 식품회사들이 한국의 김치 발효기술을 응용해 일본인들의 입맛에 맞는 김치를 개발한 것이다.

 

김치뿐 아니다. 일본인들은 한국의 국밥이나 비빔밥, 삼계탕까지 일본식으로 만들어 되레 한국 관광객을 끌어들일 만큼 응용력에서 천재성을 발휘한다.

 

"일본인들의 음식 사랑은 유별납니다. 자동차 없이는 살아도 식품 없이는 못 산다고 하니까요."

 

후쿠오카 영사 박재삼씨는 일본 식품시장 공략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선 농산물에 대한 안전관리가 엄격해 일본 시장의 접근이 쉽지 않고, 식품 가공기술 역시 우리보다 많이 앞서 있기 때문이다.

 

식품 안전은 기본이며, 투철한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하고, 식품의 모양과 크기까지 세밀하게 관리함으로써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것을 현장에서 그대로 보여준다.

 

대형마트 뿐아니라 야채 시장 어디를 가더라도 잘 포장된 신선 농산물들을 볼 수 있다. 후쿠오카시에서 30분 거리에 위치한 이토 사이사이(야채) 시장에 진열된 야채들의 경우 산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들이 집합된 판매장이다. 오전 9시에 문을 여는 이곳은 30분 전부터 줄을 서며, 금세 동이 날 만큼 도시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인근 농가에서 생산한 농산물 직거래 장터지만, 야채들이 잘 다듬어져 있고 소포장 단위다. 배추 1포기를 4등분 하고, 무 1개를 반쪽씩 잘라 보기좋게 포장해놓았다.

 

이곳에서 만난 주부는 "좀 비싸더라도 채소를 다듬질 할 필요없이 물에 씻기만 하면 된다"고 편리성을 이야기 했다. 사실 일본 가정에서의 식탁은 간단하다. 우리의 김치처럼 미소(된장국)가 식탁의 감초며, 밥을 주식으로 나머지 1~2가지 반찬이면 끝이다. 가정에 따라 1~2끼니는 우동이나 소바로 식탁을 채운다. 그것도 귀찮게 여겨 외식을 하는 가정이 많다. 외식문화가 성행하면서 일본의 외식산업이 크게 발달한 계기가 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일본의 식품 관련 기업과 대형 음식점들은 한국을 포함해 세계 음식시장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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