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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뺀 소리축제 명칭 논란

도, 남원·고창 등까지 외연 확대위해 변경 검토 / 공개적 논의 없이 추진…"세계를 빼야"지적도

전북도가 전주세계소리축제(이하 소리축제)에서'전주'가 빠진 '세계소리축제'로 명칭 변경을 추진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예산과 축제 규모 면에서 전북을 대표하는 소리축제가 12회까지 진행되면서 전국적인 이미지로 각인됐음에도 불구하고 공청회 한 번 없이 내부 검토만 거쳐 성급하게 이름을 바꾸려고 하는 데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도는 명칭 때문에 방문객들이 소리축제를'전주의 축제'로 인식하고 있는 데다, 또 다른 소리의 성지라 불리는 고창·남원까지 축제의 외연을 확대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명칭 변경의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남원 국립민속국악원 등 전주 이외의 시·군으로 소리축제를 확대하는 경우 이들 단체들이 '전주의 축제'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북도가 내세우는 표면적인 이유 보다 전북도와 전주시간 축제를 둘러싼 앙금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축제 예산의 8할을 지원하는 전북도가 근래 전주 한옥마을로 소리축제 무대가 확대되면서 이에 따른 홍보 효과를 톡톡 누리고 있는 전주시가 적극적 협조를 하지 않은 데 대한 반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그것이다.

 

전북도의 축제 명칭 변경 방침이 어떻게 나왔든 10년 넘게 진행된 축제 이름을 공개적인 논의 없이 하루 아침에 바꾼다는 데 관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소리축제 프로그램이 큰 틀에서 변화를 주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이름만 바꾸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판소리를 중심에 둔 소리축제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박칼린·김형석 집행위원장이 판소리와 관련한 깊이 있는 기획력을 거의 발휘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주를 빼고 세계 소리만 강조함으로써 판소리를 약화시키는 명칭 변경으로 정체성 논쟁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소리축제에 몸 담았던 한 예술감독은 "전주가 소리의 고장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지켜져온 이름인데 지금 와서 이걸 되돌린다는 것은 13년 전으로 되돌아가자는 이야기"라면서 "이름을 굳이 바꿔야 한다면 오히려 '전주'가 아니라 '세계'를 빼야 한다"고 일침했다. 본래 월드컵·올림픽 등과 같은 메가 이벤트에 '세계'(International)라는 말이 붙는 것인데, 소리축제에서는 이것이 축제의 성격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는 "예산 집행은 법적 근거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 소리에 대한 자긍심은 중요하나, 이 명칭은 다른 지역과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로 인식되기엔 한계가 많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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