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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여성 100년 역사, 책으로 만난다

전발연 여성정책硏 출간…1910년대 부터 '주체적 삶' 재조명

▲ 기전여학교 등교 모습.
 

100년 전북 근·현대사를 여성을 주축으로 조망한 최초의 통사(通史)가 나왔다. 전북발전연구원 여성정책연구소(소장 허명숙·사진)가 출간한 '전북 여성 100년사'는 그러나 여성학과 역사학의 중간 지점에 서 있다. '남자가 눌렀고 여자는 눌렸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이 책은 여성들의 주체적 삶 읽기를 시도하면서도 여성주의에 치우치지 않은 종합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그간 전북 여성사 연구는 양적·질적으로도 한참 뒤쳐져 있는 데다 대부분 기존 역사에 과거 여성의 족적을 추가하는 '보충사', 역사 발전에 여성이 어떻게 기여해왔는가에 초점을 맞춘 '공헌사'에 머물러 있었다. 허 소장은 "남성에 의해 규정돼온 정치·경제·사회문화 영역만이 아니라 출산·자녀양육 등에서 여성이 수행한 역할, 가족 관계를 중심으로 한 역할, 저항 세력으로서 여성의 역할을 통해 역사 속에서 여성이 어떻게 주체적으로 움직였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허명숙 소장을 필두로 분야별 필진들은 서예가 김진민·김소희 명창 등과 같은 유명인사부터 무명의 여성들의 생애를 세필로 복원했다. 정치 사회·여성운동·종교 문화예술사 등으로 나눈 이 책은 1910년부터 2010년까지 시대별로 분류해 '여성의 삶은 사적인 영역에 머물러왔다'는 선입견을 깨뜨리고 개화와 독립운동, 민주화 운동과 세계화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이 정치·사회·경제·문화 각 분야에서 주체적 역할을 해왔음을 강조했다. '6·25'로 인해 집을 떠난 남성 가장들을 대신해 가족의 생존을 책임지고 경제성장의 신화를 일궈간 여성들의 삶을 치열하게 조명하는 방식.

 

 

▲ 1987년 공장 정문에서 출근투쟁을 하고 있는 후레아훼숀의 노동자들.

1960~70년대 농민의 딸에서 산업 역군으로 부상한 여성, 1980년대 홧병 앓으며 자식들을 뒷바라지 한 어머니, 1990년대 30년 만에 부활된 지방자치제로 독려된 여성들의 정치 참여 등 여성의 삶과 의식에 큰 변화가 일어난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에 방점을 두고 서술됐다.

 

특히 엘리트 층이 공유한 당대 현실에 대한 인식과 노동자 인식의 엄청난 차이, 성 차별보다는 가난이 더 고통스러웠던 여성 노동자들의 치열한 삶이 절절히 읽힌다.

 

 

 

필진으로 참여한 최낙필(전북대 명예교수) 이성호(전북발전협의회 사무국장) 신미영(전주문화재단 천년명품사업단 팀장) 이윤애(전북여성단체연합 공동 대표) 김진돈(전주문화원 사무국장) 오하근(원광대 명예교수) 박동진(세계순례대회조직위원회 사무국장) 황미연(한별고 교사) 이용엽(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씨는 "유명한 여성들의 극적인 삶 외에도 평범한 여성들이 갖는 삶의 진정성에 집중했다"고 했다. 여기에 신문과 잡지기사 등을 중요한 밀착사료로 제시해 읽기에 재미와 신선함을 배가시켰다. 전북 여성 삶과 관련한 연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향후 여성사 연구에 든든한 토대가 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는 값진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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