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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준의 마지막 길 마당극으로 재구성

얘기보따리'녹두장군 한양 압송 차'공연 / 내일부터 매주 토요일 전주부채문화관서

▲ 문화기획집단'얘기보따리'가 9월7일까지 진행하는 거리마당극 '녹두장군 한양 압송 차(次)'공연 연습 모습.
내년 120주년을 맞는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재조명하기 위해 입심 좋은 배우들을 내건 거리마당극 '녹두장군 한양 압송 차(次)'가 회심의 프로젝트로 착수됐다. 수 년 동안 전봉준 동상을 건립하자는 이야기가 오고 갔음에도 공감대 형성이 먼저라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룬 뒤에야 그 때를 만난 것. 소설가 이병천씨(전주MBC 편성국장)가 총감독을 맡고 극작가 최기우씨(최명희문학관 기획연구실장)가 대여섯 번의 대본 수정을 거친 뒤에야 완성본이 나왔다.

 

평소 한옥마을에 전봉준 동상을 세워 그를 기억하게 하는 문화적 자긍심이 우리에게 있어야 한다고 핏대를 세운 이병천씨는 "전봉준에게 받은 물리적 자유와 정서적 호강에 대한 빚갚음을 할 차례"라고 했고, 최기우씨는 "그가 체포 돼 한양까지 압송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에피소드를 엮어 드라마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리마당극의 공식적인 주최자는 '얘기보따리'. 도내 문화판에서 알 만한 사람들이 두루 포함된, 그러나 베일에 가려졌던 문화기획집단은 이미 5년 전 창단됐다. 이병천·최기우씨 외에도 신귀백(영화평론가) 곽병창(극작가) 문신(시인) 손우기(방송인)씨 등이 합류한 이 그룹은 다들 바쁜 관계로 드문드문 활동을 해왔으나 이번 공연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실체를 드러낸 것.

 

7막으로 구성되는 공연은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든다. 120년 전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주창한 동학농민혁명의 지도자 녹두장군 전봉준이 이인교에 올라 있는 사진이 단초가 됐다. 사진의 배경은 서울이나 전봉준이 당연히 전주에 들렀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것. 전주 사람들은 압송당하는 그를 위한 비빔밥을 만들고 황해도를 관할하는 우두머리인 '애기접주' 청년 김구를 구출하는 설정이 덧대어졌다. 여기에 선무사(조선시대 병란이 일어난 지역에 민심을 무마하기 위해 국왕이 임시로 파견하던 관리)를 사칭한 손화중, 전동성당을 건립한 보드네 신부, 황해도 애기접주 김구, 남부시장 주모 등이 동학정신을 재밌게 풀어내 관객이 이 공연을 쉽게 품거나 공연이 관객을 품도록 하는 게 목표.

 

이부열·고조영(전봉준 역) 편성후·백호영(선무사 역) 이병옥·정민영(엿장수 역) 권오춘·이덕형(뻥튀기 장수 역)씨 등 제각각 개성있는 캐릭터를 소화해온 배우들을 한꺼번에 모아냈다는 것만으로도 화제다. 내용으로만 보면 딱딱하고 지루한 역사극 같지만, 배우들의 거침없는 입담으로 객석을 들었다 놨다 할 듯. 10년부터 36년까지 제각각 소극장에서 내공을 갈고 닦은 배우들이 구수하고 차진 사투리를 잘 살려 맛있는 극으로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다.

 

문화체육관광부·전북도·전주시·부채문화관이 후원하는 이번 공연은 27일부터 9월7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4시 전주부채문화관 마당에서 열린다. 무료 공연이긴 하지만, 공연이 꽤 재밌다는 것을 전제로 엿장수와 뻥튀기 장수가 객석의 호주머니를 가볍게 할 수도 있을 듯. 이는 전봉준의 동상 건립을 위한 밑천이자 9월까지 이어지는 거리극을 더 내실있게 꾸리게 하는 주춧돌이 될 것이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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