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기억' 주제 수준 높은 기획 / 시민 참여 프로그램 개발 과제로
제6회 전주포토페스티벌(운영위원장 박승환·5월 11~19일)이 세계적인 사진가의 작품을 초대하는 등 양질의 기획에도 불구하고 관람객 저조, 운영 미숙 등의 과제를 남긴 채 폐막했다. '전쟁과 기억'을 주제로 지난 11일부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등에서 열린 이번 페스티벌에는 마사로슬러·사이먼 노폭·아자데 아클라기·백승우 등의 작품이 대거 선보인 주제전과 특별전이 프로그램 기획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전시 준비 과정과 공간 구성에서 아마추어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기획만큼 효과적인 전시를 보여주지 못했다. 또 도내 사진단체, 사진관련 학과 등의 참여도 저조해 지역민들의 외면을 자초했고 이는 저조한 관람객 숫자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관람객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부족한 것도 보완해야 할 과제다.
박승환 운영위원장은 "올해 관람객 5000명을 목표로 했지만 3000여명에 불과했다. 지난해보다는 관람객이 늘었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앞으로 지역민들이 보다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돋보인 주제전·특별전 기획…전시 준비·공간 구성 등 아쉬움
프레드 리친(뉴욕타임즈 사진부장 역임)이 기획한 '전쟁과 이미지, 그리고 기억'은 전쟁이 남긴 흔적 그리고 이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을 조명하면서 개막식을 찾은 많은 사진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전쟁이 우리의 일상에 어떤 형태로 개입하고 있는가를 담아낸 마사로슬러·백승우 특별전에서는 대형 작품들이 선보여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가의 작품을 초청한 것은 돋보일만하나 이를 담아내는 그릇은 세련되지 못했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2층 전시실에서 열린 특별전에서 마사로슬러 백승우의 작품이 신진작가교류전과 같은 공간에 배치됐다. 현장을 찾은 한 사진작가는 "마사로슬러가 이곳에 왔다면 아마도 작품을 다시 가져갔을 것"이라며 격에 맞지 않은 공간 구성을 지적했다. 실제 백승우 작가의 작품 바로 옆에 걸려 있던 신진작가들의 작품이 백 작가의 요구로 다른 곳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또 주제전에서 가장 이목을 끈 아자데 아클라기의 대형 작품은 액자도 하지 않은 채 몇 개의 클립에 의존해 걸려있었다. 뉴미디어아트전에서는 비좁은 공간에 여러 작가의 작품들이 설치돼 대학 졸업전시를 방불케 했고 이마저도 개막식 행사가 진행될 때까지 설치를 마치지 못했다.
페스티벌에 초대된 국내작가의 처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작가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전시감독의 인맥에 의지하다보니 개런티, 작품 운송비, 강의료 등을 작가들에게 부담케 했다. 이와 함께 유명한 해외 사진가가 한 명도 초청되지 못한 부분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역민 소외로 저조한 관람객
이번 페스티벌에서 지역 사진계는 외면 받았다. 전주 풍경사진전 등 전시에 소수의 지역 작가만 참여했다. 전북사진작가협회와 지역의 사진관련 학과의 참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지난 11일 열린 개막식에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김성주 국회의원, 정진숙 도의원 등을 제외하면 한국사진학회 관계자 등 타 지역 인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일부에서는 전시기획을 중앙대학교 출신들에게 의지하다 보니 지역민이 자연스럽게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지역민의 참여가 저조한 지역축제에 관람객이 많이 찾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것.
박 위원장은 "페스티벌은 일반 대중과 학계 등을 모두 망라하는 대중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지역 사진계는 공모전 위주라서 축제가 추구하는 목표와는 거리가 있었다. 내년부터는 지역 사진계의 참여를 늘리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역민 참여·프로그램 다양화로 축제 정체성 살려야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기획전 외에 눈에 띄는 프로그램이 부족했고 그나마 중요한 행사는 전반기에 집중돼 후반기로 갈수록 축제에 대한 관심도는 떨어졌다. 축제에서 관람객들의 참여를 이끌 수 있는 프로그램이 부족했던 탓이다.
강용석 백제예술대 사진과 교수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으로 주목을 받을 수도 있지만 페스티벌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이를 벗어나 관람객과 지역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사진가들을 초청해 축제 기간 내내 다양한 강의를 연다든지 전주포토페스티벌만의 상을 만들어 사진인들의 참여를 이끌 필요가 있다. 또 지역 사진계와 대학들이 함께하는 공동 프로젝트 등을 통해 지역 축제의 정체성도 살려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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