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립국악원 지원 '바람꽃 국악 오케스트라' 여름캠프
온몸을 홧홧하게 하는 폭염은 예술가들도 지치게 한다. 도내 문화예술단체들은 더운 여름을 잊기 위해 오히려 대중 속으로 파고 드는 여름캠프 등을 연달아 열고 있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의 현장 속에서 땀을 흘리는 그들에겐 2013년의 여름은 잊지 못할 계절이 될 것이다. 그 뜨거운 시간으로 안내한다.
숨이 턱턱 막히는 퇴약볕이 내리쬐는 29일, 무주군 부남면에 위치한 금강레저클럽은 갑작스레 연주회장으로 둔갑된 듯 했다. 래프팅 등 여름 레포츠를 즐기는 공간에 난데없는 국악 연주가 흘러나오면서다. 전북도립국악원(원장 신현창)이 현대자동차 전주공장·노동조합 등과 손을 잡고 전국 최초로 마련한 '국악판 엘 시스테마'인 '바람꽃 국악 오케스트라'가 12월 창단 공연을 앞두고 여름 캠프에 온 것.
가야금·거문고·해금·아쟁·대금·소금·신디·피리 등이 총출동된 이날 캠프는 재능 기부는 물론 캠프 후원금까지 모아준 도립국악원 단원 12명이 전주 삼성보육원의 아이들 30여 명에게 선물한 '2박 3일의 달달한 휴가'였다.
지휘봉을 든 박지중 국악원 지도위원은 "밖에 나오니까 훨씬 집중한다. 기량이 100% 좋아진 것 같다"며 아이들을 격려했다. 아이들이 '아리랑 접속곡'을 연주하는 동안 기자의 귀를 사로잡은 것은 목탁 소리였다. '탁, 탁탁탁탁' 낭랑한 목탁 소리가 울려퍼지자 마치 산사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휘자는 목탁을 두드린 강모 군(15·삼우중 2)을 향해 씽긋 웃으며 "좀 더 예쁘게 결을 내보라"고 재촉했고, 주변 선생님들은 오히려 "이 녀석 때문에 놀랄 때가 많다. 징 등 쇠붙이 악기를 다루는 감각이 있다"며 추켜세웠다.
유일하게 아쟁을 연주하는 정모 양(14·삼우중 1)은 "비교적 악보 보기가 쉽고, 많이 연주하지 않아도 돼서 좋다"면서도 "혼자 연주하니까 '삑사리' 날까봐 걱정된다"며 까르르 웃었다.
오후 연습이 끝나고도 거문고 연주자인 이혜정 관현악단 부수석 연주자는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아이들이 더 빨리 따라주길 바라는 욕심에 이씨는 더 정확한 소리를 내기 위해 대나무 술대로 어느 부분을 어떻게 꺾어야 하는지 조목조목 짚어줬던 것. 이씨는 여름캠프가 끝나면 아이들을 데리고 산공부까지 들어갈 작정이라고 귀띔했다.
임시변통한 연습실에서 더위와 싸우며 연습하는 아이들은 행복한 표정이었다.
김미애 전주 삼성보육원 교사는 "거의 1년의 노력이 열매를 맺었다. "연습하기 싫다" "집에 가고 싶다" "너무 어렵다"며 도중에 빠진 아이들도 있었으나 의욕이 없고 겉돌던 아이들이 이제는 수업을 먼저 챙기기 시작했다"면서 "연주에 재미를 붙이며 서로 배려하고 자신감 있는 태도를 갖게 된 아이들을 보는 게 정말 기쁘다"고 국악원에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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