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들의 목적을 살펴보면 단순히 사찰문화를 체험하러 오는 사람도 있고, 휴가를 겸해 힘들고 지친 몸과 마음을 편하게 쉬었다 가고 싶은 사람들도 있으며, 수련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중에서도 금산사 템플스테이 브랜드인 '나는 쉬고 싶다'에 걸맞게 이것 저것 내려놓고 편하게 쉬었다 가는 이들이 제일 많다.
암에 걸려 어찌 해야 될지 고민이 많아서 온 중년 부인, 연애 문제로 어머니와 갈등이 심해 가출했다는 의대 수련의, 졸업을 앞두고 진로 문제로 부모님과 말다툼을 한다는 대학생, 남편의 건강 악화와 직장 생활의 고충 등이 한꺼번에 찾아왔다는 40대 여성, 주변인의 자살과 사망으로 괴로움을 호소하는 재독 교포 2세 여성 등 많고도 다양한 사연을 안고 산사를 찾아오고 있다.
템플스테이 중 스님과의 대화 시간은 차와 과일을 나누며 참가자들과 대화하는 시간이다. 여기서 가장 많이 질문하는 것은 관계에서 오는 괴로움을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 때 나는 주로 씨앗의 비유를 든다.
"씨앗이 싹을 틔우는 결과를 맺으려면 햇빛과 수분, 온도와 같은 조건들이 필요하다. 이 때 씨앗은 원인이고 싹은 결과다. 햇빛·수분·온도 등은 조건이다. 싹은 원인이 되는 씨앗에서 나는 것이지 조건에서 나는 것이 아니다."
결국 당신은 씨앗이며 당신의 화나 분노·괴로움은 싹이다. 당신이 대상으로 삼고 있는 그는 햇빛·수분·온도와 같은 조건에 불과하다. 그 사람은 당신을 화나게 하는 조건을 제공하긴 했으나, 정작 원인은 당신에게 있다는 것. 당신의 마음이 그 사람의 조건에 따라 당신에게 화를 나게 한 것이다. 지금 화나 괴로움은 당신에게서 일어나지 않는가. 이것은 당신 마음이 당신 화와 괴로움의 원인이라는 증거다.
똑같은 사람을 보고도 어떤 이는 화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사람은 씨앗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씨앗이 없는 콘크리트 바닥에 햇빛을 비추고 물을 주며 온도를 맞춰 준다고 싹이 나겠는가. 그래서 환경을 탓하기 전에 행복을 위해서 내 마음부터 잘 보호하고 가꾸는 것이 필요하다. 내 마음이 건강하고 튼튼해야 여러 괴로움의 조건으로부터 내가 괴롭지 않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연중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여름 휴가철이라 우리 실무 담당자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을 정도다. 특히나 가족 단위로 사찰을 많이 찾고 있어서 더욱 참가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부부는 물론이고, 시부모와 친정부모까지 함께 데리고 오는 부부도 있으며, 이웃 가족과 외국인 친구까지 11명이나 되는 대가족이 있기도 하다. 바야흐로 템플스테이 호황이라고 할 만하다.
이 더운 여름, 산사에 와서 잠시라도 몸과 마음을 쉬며 자기를 돌아보고 재충전해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얻어가면 어떨까. 참가자들 모두에게 건강과 자유와 행복이 함께하길 두 손 모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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