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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m짜리 사진으로 담은 태조로

김영구 개인전, 11일까지 전주교통아트스튜디오 / 300컷 촬영해 이어 붙인 대형 파노라마 작품 선봬

▲ 가로 77m에 이르는 김영구 씨의 전주 태조로 파노라마 사진 중 일부.

한옥마을 태조로의 역사를 이색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6~11일 전주교통아트스튜디오에서 열리는 사진가 김영구씨(57)의 세 번째 개인전 '태조의 시대, 조선을 걷다'를 통해서다.

 

지난해 전시에서도 13m가 넘는 대작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던 그는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 크기를 더 키웠다. 세로 90㎝, 가로 77m에 이르는 작품은 전시장 벽면은 물론 바닥을 따라 건물 외벽과 교동아트스튜디오 뒤 정원까지 이어진다.

 

그는 이 작품을 찍는 데만 5시간 넘게 공을 들였다. 인간의 시야 각도와 가장 유사한 50㎜ 표준렌즈를 이용해 300컷의 사진을 찍고 이를 10m 길이로 8장을 실사출력한 뒤 이어 붙였다. 그가 이처럼 대작에 천착하는 이유는 태조로가 가진 역사성을 흥미롭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관람객들은 자유롭게 바닥에 놓인 사진 위를 걷고 때로는 그 위에 앉기도 하면서 파노라마 사진 속 태조로를 걷게 된다. 태조로의 사방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태조로에 서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태조로의 길이와 한옥마을의 역사적 사건이 벌어진 연대에 주목해 의미를 부여했다.

 

태조 이성계가 1380년 오목대에 들렸고, 전동성당은 1931년 완공됐다. 인근에 위치한 남고산성 견훤의 이야기 등 숱한 과거사를 끌어들이지 않아도 태조로를 걷는 것만으로도 551년의 역사이야기를 해볼 수 있다는 것.

 

전동성당에서 오목대 입구까지 태조로 길이가 대략 530m, 여기에 풍남문까지의 거리를 더하면 551m에 근접한다. 풍남문에서 오목대 입구까지 1m를 1년으로 생각하며 걷는다면 이 또한 재밌는 일이고 이번 작업에서는 이런 시간들을 축약해 냈다는 설명이다.

그는 "태조로 551년의 역사를 사진 한 컷, 한 컷에 담아보려 했다. 인화된 결과물들은 현재의 모습이지만 어떤 이는 사진 이면에서 역사를 읽어낼 지도 모를 일이다. 더불어 사진을 보고 내 뜻에 공감하는 이가 있다면 태조로를 지나갈 때 차에서 내리지는 못할망정 속도를 줄이는 소극적 동참 정도는 해줄 수도 있겠다는 기대도 가져본다"고 말했다.

 

공주사대를 졸업했으며, 현재 전일중학교 과학교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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