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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고장 명인명물] 남원 '헌혈왕' 정정호씨

26년간 고귀한 생명나눔 184회 / 빵·음료수 때문에 시작 남원 기네스까지 올라

▲ 남원 기네스에 최다 헌혈자로 등재된 정정호씨가 헌혈증을 보여주고 있다.

남원에서 수화통역사로 근무 중인 정정호씨(43)는 '헌혈맨'으로 통한다. 지난 7월초에 남원시가 발표한 '남원 기네스'에 최다 헌혈자로 등재되기도 했다.

 

그의 헌혈 인생은 1987년 고등학교 2학년 당시 학교로 찾아온 헌혈버스에 우연히 오르면서 시작돼 2013년 8월초 현재까지 26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184회에 걸쳐 헌혈을 실시한 정 씨는 혈액을 필요로하는 수혈자 및 가족을 위해 앞으로도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가겠다는 각오다.

 

그런 그도 헌혈에 대한 첫 경험을 묻자 웃음부터 보였다. "수업을 빠질 수 있고 빵과 음료수가 탐이 났어요. 어떤 목적의식이나 희생정신으로 시작한 일은 아니었어요." 철없던 시절에 시작된 헌혈이 분명한 목적의식으로 변한 때는 1992년 봄이다. 국내 헌혈로 충당하지 못해 혈액을 수입해야 한다는 언론 기사를 접하고 부터다.

 

이후 자신이 다니던 대학교 게시판에 혈액을 구한다는 광고를 접한 뒤 여러 학우들과 함께 헌혈을 실시했고, 수혈을 받은 학우가 1년 뒤 건강하게 학교에 복귀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면서 그 필요성에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그 때부터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헌혈버스를 보면 무작정 올라 전혈(적혈구, 백혈구, 혈장, 혈소판 등 혈액의 모든 성분) 헌혈을 실시했다. 그러다가 전주 헌혈의집에서 전혈은 2개월, 성분(혈소판, 혈장) 헌혈은 2주에 한번이 적당하다는 것을 파악하게 됐다. 그는 짧아진 헌혈 주기로 2000년 10월에 헌혈 유공장 은장, 2001년에는 금장을 받았다. 대한적십자사는 헌혈 횟수 30회 이상에게는 은장을, 50회 이상인 사람에게는 금장을 수여한다.

 

그는 "한때 헌혈 횟수에 집착해 수혈자에게 필요한 헌혈 보다 자기만족 및 보여주기에 급급했었다. 헌혈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헌혈하는 사람들 다모여라'라는 카페에 가입해 활동하게 됐다"면서 "헌혈자는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헌혈 문진표에 나와 있는 배제사유에 해당된다면 수혈자를 생각해 본인 스스로가 헌혈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을 이었다.

 

그는 또 헌혈 1주일 전부터 술자리를 자제하거나 감기에 걸리지 않게 개인위생에 신경을 쓰는 등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현재 남원지역에는 헌혈을 실시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씨는 "전주에서 출퇴근을 할 때에는 헌혈이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남원에서는 헌혈 버스가 온다거나 별도로 시간을 마련해서 전주를 찾아야 하는 등 제약이 뒤따르고 있다"면서 남원에도 헌혈의집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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