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정상화는 가능할까요? 제대로 된 교육은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까요?”
이 물음을 동료 교수에게 던지곤 했던 서남대 권모 교수(물리치료학과)가 그 답을 얻지 못한 채 37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대학 설립자의 900억원대 교비횡령사건 등으로 물의를 빚은 서남대 이사회가 설립자에게 비판적인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57명의 재임용을 거부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재임용이 거부된 1명의 교수가 지난 16일 오전 9시께 자신의 집(충남 부여)에서 급성심장마비로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권 교수는 아버지 생신날(2월15일)에 고향을 찾았다가 이 같은 변을 당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2011년 3월24일에 서남대 교수로 부임한 고인은 지난해 3월부터 서남대 정상화를 위한 자치기구의 수업과장직을 맡아 수업시간표 작성 및 교수 수업관리 등을 처리했고, 사망 전까지도 신학기 수업시간표 작성에 몰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료 교수들은 “권 교수는 지난 1월24일 재단 측이 임명한 수업학적과장 때문에 상당한 부담을 가졌고, 수개월째 월급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재임용까지 거부돼 심리적 압박이 컸다. 그는 아버지 생신날을 맞아 고향에 가기 전까지도 불투명한 학교 상황에 대해 고민했고, 학교 정상화에 대한 갈증을 호소해왔다”고 털어놨다.
동료 교수들은 “재단 측은 교수가 사망했는데 빈소조차 찾지 않았다”며 분노를 터뜨렸고, 세상을 떠난 권 교수의 숨결이 느껴지는지 대화과정에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권 교수의 사망으로 재임용이 거부된 교수는 이제 56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동료 교수들은 고인이 남기고 간 헌신과 열정을 기억하고 있다. “지금 수업과장직을 맡고 있는 권00입니다. 지금 수업시간표 거의 다 받아서 다음주 화요일이나 수요일에 공지할 예정이었습니다.”
이 글은 사망 전날인 15일 오후 10시30분께 작성된 것으로, 권 교수가 수업시간표 때문에 혼선을 겪고 있는 동료들을 위해 채팅방에 남긴 마지막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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