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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철 〈전주를 기록하다〉사진집 발간…골목 풍경·정취 생생 묘사

"한옥마을 슬레이트 건물도 역사"

▲ 허성철 작가 작품.

전주 한옥마을 속의 슬레이트 건물. 한옥 기와가 주류를 이루는 곳에서 슬레이트 건물은 어딘지 부자연스럽다. 쌀 속의 뉘라 할까. 특히 슬레이트에는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포함돼 그 자체로도 ‘공공의 적’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현실은 현실이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과 함께 주택개량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초가가 대부분 슬레이트집으로 바뀌었다. 그 슬레이트집들이 이제 다시 철거되는 운명에 놓였다. 전북일보 사진기자 출신의 사진작가 허성철 씨(52·사진)가 전주 한옥마을의 슬레이트 건물에 주목한 이유다.

 

그가 2년 만에 <전주를 기록하다> 2편을 사진집으로 펴냈다(씨앤씨월드). 1편이 전주의 변화상을 담은 어제의 기록이라면, 2편은 슬레이트 건물을 중심으로 한 전주한옥마을의 현재 기록이다.

 

그러나 이 현재의 기록도 조만간 역사가 될 것이라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전국적인 명소로 떠오른 한옥마을에서 슬레이트 건물의 존재는 미관상으로도 그렇고, 건강상으로도 철거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작가는 “무심히 오가던 한옥마을 좌우로 한쪽은 오랜 삶의 터전인 슬레이트집들이 철거되고, 다른 쪽은 국립무형유산원이 들어서는 것을 보면서 한옥마을의 변화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사진집 발간 배경을 설명했다.

 

사진집은 한옥마을 주변 ‘자만동길’‘옥류길’‘바람쐬는길’ 3부에 120장의 사진이 수록됐다. 오목대서 바라본 한옥마을의 전체적인 풍경에서부터 옥상에 걸린 목장갑, 지붕에 고사리를 너는 아낙네, 벽화마을, 골목을 누비는 자전거를 탄 아이, 김장하는 풍경들이 자만동길에 담겼다.

 

‘옥류길’에서는 슬레이트집이 철거되는 현장, 골목 철책에 묶인 자전거 등이 눈에 확 들어온다. 한벽당에서 자연생태박물관과 승암사 앞의 천변 길을 따라 치명자산 주차장을 거쳐 색장동에 이르는‘바람쐬는길’에서는 무심코 지나쳤던 옛 풍경들이 새삼스럽다.

텃밭을 가꾸는 모습, 애완견과 산책에 나선 아저씨, 골목 언덕길을 힘겹게 오르는 노인, 벤치에 옹기종기 앉아 담소를 나누는 아주머니들, 지게를 걸머지고 계단을 내려오는 할아버지, 벽돌담·돌담·벽화가 그려진 담들 사이의 골목길이 이번 사진집에 수록됐다.

 

작가는 사진의 가치는‘기록’,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 더 큰 가치가 있다는 생각으로 94년부터 전주를 기록했으며, 기록된 이미지들이 아직 우리의 기억에 남아있을 때 사진의 판을 벌여보는 것 또한 즐거운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집에 실린 작품들은 24일부터 4월4일까지 전북도청 기획전시실에서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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