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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된 전주 예술길 조성 (상) 지지부진한 사업] 반년 훌쩍…예술가 공모조차 안해

전주시, 올 연말까지 조형물 8개 설치 계획 / 동문길과 차별성 부족·추진단 역할도 한계

   
 

전주 한옥마을이 관광객 500만 명 시대를 맞으며 연일 인파가 끊이질 않고 있다. 반면 인근 동문거리나 한국전통문화전당 주변은 한산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한옥마을의 확장성과 연계하고 예술의 거리라는 특색을 살리기 위한 ‘예술길’조성이 진행되고 있다. 거리에 조형물을 설치하는 사업이지만 반년이 넘도록 진척은 하세월이다. 이에 2차례에 걸쳐 현재 예술길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전체적인 동문예술거리 사업의 지속성을 위한 대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전주시가 동문예술거리 사업의 하나로 추진하는 예술길 조성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공모를 통한 조형물 설치 방안이 경관에 치우쳐 흉물로 전락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주동문예술거리추진단(이하 추진단)에 따르면 1억9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올해 연말까지 ‘예술길- 동문 날다2’를 조성한다. ‘예술길’은 경기전길의 옛 갑기원 사거리부터 동문사거리를 지나 충경로와 만나는 농협까지 250m에 이르는 길이 해당한다. 이 길에 있는 8개의 건물에 각각 1개의 조형물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일인일가(一人一家) 시스템으로 1명의 예술가가 1개 건물을 담당해 건물주와 주민의 의견 수렴으로 작품을 설치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7월 주민대상 사업 설명회를 한 추진단은 지난 1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며 ‘올해 박차를 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재까지 진행 상황은 지지부진하다. 참여하는 예술가를 공모해 이야기가 있는 동문예술거리를 만든다는 취지지만 아직 공모 절차조차 밟지 않고 있다. 예술길 사업 예산도 지난해에서 올해 이월됐다.

 

조형물 설치로 ‘문화와 예술이 넘치며 독창적인 스토리가 있는’ 거리를 구현한다는 발상이 문제라는 의견이다. 경관 조성에 치중하기보다는 사람을 유인할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것. 이미 해당 경기전길과 십자 형태를 이루는 동문길에 조형물과 벽화를 설치한 만큼 차별성도 부족한데다 동문길의 경우에도 상당수 주민의 불만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한옥마을의 한 문화시설 관계자는 “사람이 적은 곳에 하드웨어를 설치하는 일보다 각종 프로그램으로 한옥마을의 관광객을 그쪽에 가도록 유도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추진단이 각 건물에 설치될 작품의 방향을 설정한 상황에서 공모방식으로 진행하는 점도 문제를 예견한다는 지적이다. 작품의 질을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한데다 관 주도의 사업에 예술가들이 얼마나 참여할 지도 미지수다.

 

예술길 사업이 진척을 내지 못하는데는 추진단의 한계도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추진단이 문화예술활동을 하는 시민에게 24시간 공간을 개방하는 전주시민놀이터를 운영하는 상황에서 실질 상주 인력이 기존 4명에서 3명으로 줄었다. 또한 행정조직인 전주시의 의견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제주 서귀포시의 유토피아길을 벤치마킹하고, 의견을 논의하는 과정상 늦어졌다”며 “동문거리가 유동인구는 떨어지지만 한옥마을이 확대되는 추세인 만큼 먼저 예술 경관을 구축해 활력을 불어 넣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유토피아길은 이중섭 공원·미술관·거주지를 비롯해 동아리창작공원, 시립미술관인 기당미술관, 서복전시관, 서예가 소암 현중화의 기념관 등 문화관련 시설이 산재하고 이를 연계했다. 경관에 중점을 두는 예술길과는 다른 양상이다.

 

또 다른 전주시 관계자는 “사업이 늦어지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그냥 밀어부치는 것보다 주민과의 협의를 통해 장기간 설치해도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조형물을 조성하기 위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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