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어렵지 않아…행복한 음악 선물할게요"
“문화가 흐르는 전주 무대에 설 수 있어 기쁩니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문화가 발전한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직 많이 돌아다녀보지는 않았지만, 아름다운 문화 유적지도 곳곳에 많은 것 같습니다.”
지난 17일 취임 후 첫 정기연주회로 전주무대에 데뷔한 최희준(42) 전주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는 해와 같이 밝은 얼굴로 인터뷰에 응했다. 세련되고 정제된 언행은 상대에 대한 배려를 느끼게 했다.
최 지휘자는 음악을 ‘음표를 가진 언어’로 정의했다.
그는 “음악을 만드는 음표는 만국 공통어”라며 “음(音)을 언어로 형상화 해 설득력 있는 (음악적)언어를 구사, 연주회를 찾은 관객에게 감동을 주어 궁극적으로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행복’을 수차례 강조하며, 자신의 음악이 사람들의 삶에 윤활유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음악적으로 전주와 처음 만난 최 지휘자는 인천 출신으로, 음악을 즐길 줄 아시던 부모님으로 인해 자연스레 음악과 친해졌고, 스무 살 쯤 같은 곡이 지휘자에 따라 전혀 다르게 표현된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껴 지휘에 뜻을 뒀다.
그는 자신의 음악에 대해 “다양한 사운드를 구축해 작곡가에 따라 근접하게 다가감으로써 가식적이지 않고 진실한 연주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악보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런 작업을 위해서는 옛 작곡가와의 교감이 필요하기 때문에 생애 등을 되짚어 보며 감정을 투영한다고 했다.
“정기연주회보다 기획연주를 통해 관객에게 더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시향이 준비하는 내달 25일의 ‘애니메이션과 함께 하는 키즈 콘서트’도 그 일환이다. 이 콘서트에 생후 36개월 이상부터 입장시킬 방침이란다. 통상 음악회는 8세 이상부터 입장이 가능한데, 최 지휘자 생각에 8세는 음악을 접하기에 늦은 시기다. 아주 어릴 때부터 음악과 함께해야 정서적으로도 좋기 때문에 4월 공연에서 그는 아이들이 울고 떠드는 것도 감수할 계획. 해당 연주는 이미 예매율 3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단원들과 관련, 그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음악을 대해 좋고 또 고맙다. 지휘는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닌만큼 소통이 중요하고, 소통은 서로에 대한 믿음에서 이뤄진다”고 보았다. “ ‘긍정’은 시향이 더욱 발전할 중요한 원동력으로, 마음가짐이 바르면 어느 곳에서든지 연주자가 최선을 다한다. 최선은 연주의 첫 번째 덕목”이라고 했다.
최 지휘자는 또 시향이 문화 도시 전주의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감당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 “시민의 성원과 사랑이 필요하다”며 “클래식을 어렵게 생각하시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일단 오셔서 들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주시향의 아쉬운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조심스러워 하며 단원 수가 적은 것을 꼽았다.
실제 전주시향 단원은 60명이 채 안 되며 비상임 단원도 없다. 지난 17일 공연도 객원 멤버가 30명에 달했다. 정명훈 지휘자가 교향악단을 ‘나무’에 비유하며 성장이 쉽지 않다고 말한 것을 고려할 때, 필요한 멤버가 확보·고정되지 못했다는 것은 시향 발전에 큰 걸림돌이다. 충분한 단원 확보는 단원 급여 인상보다도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양대 음대 교수이기도 한 최 지휘자는 서울과 전주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전주시향 하나만으로도 벅차다’는 그의 말 속에서 시향에 대한 애정과 겸손을 엿볼 수 있었다. 지휘봉을 새로 잡은 최 감독을 통해 전주시향이 시민들과 더 가까워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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