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04 06:45 (수)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화일반
일반기사

[기고] 정월대보름 의미

풍요·안녕 비는 세시풍속 맥 이어지길

▲ 고재흠 수필가

음력 1월 15일, 새해 들어 처음으로 달이 꽉 차는 정월 대보름이다. 한 해의 첫 만월이다 보니 그냥 보름이 아니라 대보름이다. 이날은 일 년 중 첫 번째 날로 대보름, 상원(上元)이라고 불리어 왔다.

 

농경사회에서 달은 땅, 여성성을 뜻하고 이는 다산을 상징한다. 다산만큼 중요한 게 없으니 민중의 세시풍속도 많다. 한 해의 세시풍속의 20% 정도가 이때 몰려있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전통사회의 절일(節日)로서 음력 1월 15일 정월 대보름, 6월 15일 유두, 7월 15일 백중, 8월 15일 한가위 등이 있는데, 이러한 명일은 보름을 모태로 한 세시풍속들이다. 대보름은 음력을 사용하는 전통사회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농경을 기본으로 하였던 우리 문화의 상징적인 측면에서 보면, 달은 생산력을 바탕으로 한 풍요로움의 상징이었다. 음양 사상에 의하면 태양을 양(陽) 이라 하여 남성으로 인격화되고, 이에 반하여 달은 음(陰)이라 하여 여성으로 인격화된다. 따라서 달의 상징적 구조를 풀어보면 달-여신-대지로 표상된다.

 

또한, 여신은 만물을 낳는 지모신(地母神)으로서 출산력을 가진다. 이처럼 대보름은 풍요의 상징적 의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시기에 따르면 이날 우리 조상들은 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또한, 신비롭고 귀한 존재였으며, 매우 경사스러운 날로 여겨왔다. 정월 대보름날 풍속으로 아무나 눈에 띄는 사람에게 “내 더위 사가게” 하고 외치며 더위를 팔았다. 보름날 새벽에 귀밝이술을 마시면 귀앓이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아침에 밤 잣 땅콩 호두 견과류 등을 깨물면 일 년 내내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아침에 약식 약밥 오곡밥을 해 먹는데 그 중 찹쌀 수수 콩 팥 기장 등 5곡 밥을 대부분 먹었다.

 

그 외에도 이날 세시 풍속행사로 마을의 온갖 잡귀를 몰아내고 역병을 쫓아내기 위하여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횃불 싸움 연날리기 널뛰기 다리 밟기 윷놀이 등 약 38가지 민속·풍속행사가 있다. 이와 같은 행사들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슬기로운 풍습이다.

 

정월 대보름을 맞아 세시풍속 체험 장이 시군 곳곳에서 열린다. 도립국원에서는 전통공연을, 전주역사박물관에서는 정월 대보름 부럼 나누기 행사가 있고, 완주군에서는 만경강 달빛축제, 임실군에서는 필봉농악 대보름 축제, 부안군에서는 우동리 당산제 등 지역별로 각양각색(各樣各色) 수없이 많은 세시풍속 축제를 연다.

 

우리의 삶 속에서 많은 사람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기관·단체가 제공하는 것이고 보니, 일부는 전통성이 약한 점이 아쉽다. 세시풍속은 시대나 사람들의 살림살이 변화에 따라 변하는 게 당연하다. 특히 기층문화는 활짝 꽃을 피우다가 소멸하고, 또 다른 형식과 내용으로 만들어진다.

 

문제는 우리의 세시풍속, 나아가 민족문화가 변화하는 게 아니라 맥이 끊길까 우려 된다. 농경사회를 지나고 산업사회를 거쳐 첨단정보화사회에 이른 우리가, 농경사회의 세시풍속을 더욱 계승 발전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사회 공동체 의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웃과 음식을 나누고, 모두의 행복을 위해 생명의 신(神)인 달을 섬기며, 정월 대보름을 맞아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소원을 빌어본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