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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묻힌 성곽 발자취 더듬어…신귀백·김경미 씨 〈전주편애〉 발간

4대문 중심 근·현대 변화상 들려줘

전주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여행객의 성지가 된 한옥마을이 빛을 내고, 먹방 순례에 나서야 할 만큼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조선왕조의 탯자리, 거슬러 후백제 견훤의 왕도를 내세울 만큼 역사도 고고하다. 봄이면 영화인들이 모이고, 가을이면 전통의 소리가 울려퍼진다.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 들을거리가 넘치는 곳이 전주다. 그런데, 이것이 전주의 전부일까.

 

‘글쟁이’ 신귀백 씨는 ‘진짜 전주’를 알려면 부성 안으로 들어가봐야한다고 말한다. 애초 전주는 성곽도시였다. 객사를 중심으로 감영과 부영을 거느린 조선의 3대 도시였다. 중앙에 조정을 두고, 동서남북 문 앞에는 시장을 둔 정치와 경제가 어우러지는 전통도시였다.

 

이러한 전통도시 전주가 근대를 경험하게 된 것은 철길이 놓이면서부터다. 감영 자리에 도청이, 부영 자리에는 시청사가, 북문 가까운 곳에 전주역사(驛舍)가 들어선다. 시청 옆에는 식산은행이 자리잡고 우체국과 박다옥 등 고전주의적 서양건축물들이 들어선다. 근대화와 함께 전주는 또 다른 이야기를 품게 된다.

 

신 씨와 김경미(전북전통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씨가 펴낸 <전주편애> (채륜서)에는 이러한 전주의 근현대사가 담겨있다. 성이 헐려 신작로가 되고, 다시 팔달로가 놓이고 관통로가 뚫리는 그 시절의 불편한 변모와 변화를 겪은 이야기를 담아냈다. 책은 4대문을 중심으로 부성안을 4개 구역으로 나눠 꼼꼼하게 살폈다.

 

영화의거리에서 객사까지 아우르는 북문구역은 창극 배우 임춘앵과 한때 영화계를 주름 잡았던 김진규·박노식이 거쳐간 예술골목이었다. 이곳에서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패서문에서 감영에 이르는 서문지역에서는 전주극장 전신인 제국관 간판을 그렸던 청년 이응노를 만날 수 있으며, 신흥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서문밖교회에 출석했던 현제명, 그리고 국수 이창호의 어린시절도 찾아볼 수 있다.

 

옛 전주우체국을 중심으로 한 부성의 중심에서는 세월을 간직한 선화당 회화나무와 지금은 한옥마을로 이전한 전주판관의 집무실 풍락헌, 현재는 가족회관이 둥지를 튼 미 문화원에 얽힌 이야기도 들려준다.

▲ 신귀백 씨

남문구역에는 지금은 게스트하우스로 변신한 전당포 질옥의 흔적과 약령시, 필방, 전주유기장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한옥마을과 이웃한 동문구역은 문화예술의 거리로의 단장이 한창인데, 이곳에는 한때 서점거리가 형성됐으며, 유신시절 전주에서 처음으로 가두시위가 일어났던 곳이기도 하다.

 

신 씨는 “알려지지 않았던 전주의 옛 이야기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컸다”면서 “골목마다 간직한 이야기가 소박한 매력 그대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책으로 엮었다”고 밝혔다.

 

신 씨는 문학과 영화를 넘나들며 산문과 평론을 쓰면서 우석대에서 시나리오 강의를 하고 있다. 김 씨는 전북전통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전주대 관광경영학과에서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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