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자원 잘 살리려면 예술가치 알릴 담론의 장 필요"
충청남도 홍성군 조용한 시골마을에 5년 전 미술관이 들어섰다. 초가집에 창고 같은 건물, 미술가 고(故) 이응노의 생가를 복원해 만든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이다. 주민들에게 단순히 낡은 집이었던 공간은 마을과 연계한 주민 참여 전시·체험·장터 등으로 마을 문화·소통의 구심점이 됐다.
윤후영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 학예연구사가 21일 군산 창작문화공간여인숙에서 열린 ‘지역문화 새로운 기회가 되다’특강에서 지역 문화 자원 활용 방안과 이를 통한 지역민들과의 소통에 대해 설명했다.
윤 학예연구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행정가들에게 예술 가치를 알릴 수 있는 담론의 장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며 “행정가와 예술 사이에 예술 가치를 꾸준히 알릴 수 있는 예술인들 또는 단체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섣불리 공간부터 만들기 보다는 충분한 연구와 자료구축이 선행돼야 운영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의 문화 자원은 행정·제도적 문화 공간에서 느낄 수 없는 불변의 장소성과 지역성, 사람냄새가 묻어나는 생동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반영구적이고 정적인 상설전시관 형태로는 이러한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방치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자료와 연구를 토대로 끊임없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스토리텔링을 이어나가야 한다.
그는 지역 문화공간과 주민과의 소통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국립미술관들은 미술관 고유 운영 기능에 충실하면 되지만 군소 지자체에 자리한 문화공간은 전시 기능은 물론 주민 소통, 지역의 랜드마크 기능도 함께 요구된다는 것이다.
실제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은 고암의 고향 홍성에 미술관을 설립하자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다양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고암에 대해 연구한 전문 자문위원단이 꾸려졌다. 홍성군 문화산업육성 사업의 일환으로 기념관이 지어졌고 현재 군 예산으로 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전문운영위원들은 여전히 고암 이응노에 대한 학술적 자문을 하고 있다. 또한 상설전시뿐만 아니라 고암의 작업, 지역을 주제로 다양한 기획전시를 하고 고암미술상을 제정해 현재 활동중인 작가들과도 교류를 맺는다. 지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고암청소년미술실기대회 및 성인부대회를 열고, 지역 자연, 음식, 환경 등과 융합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반드시 문화와 연관되지 않더라도 먹거리 장터, 벼룩시장, 마을생산물 전시판매 등 마을 주민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행사도 연다.
“주민들과 융화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장기적 안목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체자들이 문화 자부심과 자존심을 갖고 지역민을 설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 지역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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